2008년 9월 30일 화요일

말[言] 그리고 글

말[言]. 참 다스리기 어려운 '놈'이다. 말 자체는 의사소통 수단일 따름이니까 사실 어려운 것은 말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대화라고 해야 옳겠다. 아니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대화 상황에서 적절하게 말하는 것, 그게 참 어려운 일이다. 오죽하면 화법(話法), 화술(話術)이라는 표현이 있을까. 현대의 그 복잡다난한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마스터하면서 큰 무리없이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 그것만으로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들이라고 얘기해도 좋을 것이다. 현대인들은 여러 가면(persona)을 가지고 다니며 상황에 맞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친밀도를 상중하로 나눌 때 가장 대화에 신경쓰이는 경우는 중급일 것이다. 친밀도가 낮은 경우야 매우 의례적인 대화상황으로 끝날 때가 많고, 친밀도가 높은 경우 비대화상황이 대화상황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서 대화상황 자체의 중요도는 떨어진다. 친밀도가 중간 정도일 경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숙련된 의사소통 기술을 갖추어야 한다. 인간관계나 화법에 대한 책자들이 대부분 권고하는대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진심으로 대하는 것. 호감을 가지고 있다면 그 호감을 그대로 확장시켜나가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 어떻게든 장점, 좋은 점들을 찾으려고 해야 할 것이고, 그것도 힘들 때는 오히려 접촉 기회를 줄이는게 더 나을 지도 모르겠다. 호감을 가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대화 상황에 억지로 참여하게 될 때는 자주 탈이 난다. 서로 공감하는 영역이 적을수록 그럴 위험이 더 커지는 것같다. 특히 외국인들과 관계에서. 친밀도가 낮은 경우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 인사하고 안부 묻는 일 정도는 쉽게 마스터할 수 있지 않은가. 조금 더 친밀한 단계를 향해 갈 때, 자, 이제 길 곳곳에 장애물들이 놓여있다. 공유하는 지식의 범위가 다르고, 제2 혹은 심지어 제3 외국어를 가지고 의사소통 할 때 오해의 가능성, 의사소통이 실패할 가능성은 급격히 높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언어 탓, 서로 다른 문화 탓을 해보지만, 생각해보면 그래도 결론은 마음에 있는 것 같다. '호감'을 가지고 있는 상대와는 어찌되었건 대화가 잘 되지 않는가. 국적을 불문하고 말이다. 당연히 긍정적인 얘기를 나누려고 할 것이며,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도 더 좋은 해석을 취하려고 하지 않겠는가. 만약 호감과는 거리가 먼 상대와 대화를 하거나, 얘기하고 싶은 기분이 아닐 경우, 그런 대화 상황은 가능한 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피할 수 없다면 대화에 참여하더라도 아애 말수를 줄이던지. 물론 궁극적인 해결책은 好感에 부유한 사람이 되는 것일 터. 사람에 대해서 지나치게 까다롭거나, 비판적이지 않도록 애쓸 일이다.
대화상황에서 화를 내야 할 시점을 잘 놓치는 사람들이 있다. 이미 상황이 종료된 후 혼자서 씩씩거리는 경우를 자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나중에서야 그 때 했어야 할 말이 너무나 선명하게 떠오를 때 참 괴롭고, 어떻게 풀어야 할 지 얼마나 난감한지 알 사람은 안다. 허나 할 말 다하는 것 보다 결과적으로는 그게 더 나은 것 같다. 화가 났을 때 나오는 말이 얼마나 날카롭겠는가. 물론 매번 타이밍을 놓치고서 답답함을 풀지 못한 채 쌓아둬야 한다면 속병이 되겠지만... 역시 음식이건 말이건 잘 소화해야 뒤탈이 없다.
말의 어려움을 경험한 뒤에야 글의 힘, 그리고 글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의 장점을 새삼 인정하게 된다. 말이 주된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되는 상황이 대표적으로 대면의사소통, interaction인데 그 상황에서는 말을 통한 정보 이외에도 너무나 많은 비언어적 정보들이 주어진다. 물론 글에 대해서 '행간을 읽으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해석해야 할 정보의 복잡성은 급속도로 줄어든다. 말로 쌓인 문제를 굳이 말로 풀 필요는 전혀 없다. 글이 갖는 독특한 효과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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