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25일 목요일

自淨능력

自淨능력이란 표현은 '하천의 자정능력'처럼 주로 자연현상과 관련된 상황을 설명할 때 자주 접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다양한 사회현상에 대한 기술에서도 자주 사용되기 시작했다. 개인에 대해서는 쓰지 않고 자정능력을 갖추도록 기대되는 단위는 조직이나 종교, 과학 등 기능체계인 것 같다. 황우석 사태가 마무리된 후 '우리 과학계'가 자정능력을 갖춘 탓이라며 뿌듯해 하는 목소리를 듣기도 했고, 벌써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아 그렇지, 김용철 변호사가 로비 비리를 폭로했을 때 우린 삼성엔 자정능력이 없다고 얘기했다. 오늘 확인한 뉴스앤조이 기사는 교회의 자정능력을 얘기한다. "김국도 낙마, 교회 자정능력 현주소"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선거를 앞두고 후보였던 김국도 목사를 두고 다른 후보 3명이 ‘김국도 목사 후보등록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으며 서울중앙지법이 ‘교단이 후보 자격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는 것이다. 감리회의 교회법은 후보 자격을 ‘교회재판법이나 사회재판법에 의하여 처벌받은 사실이 없는 이’로 정하고 있는데, 김 목사는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1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으므로 후보가 될 수 없다는 것. 허나 감리회 현집행부는 막강파워 '도'자 돌림 형제의 일원인 김목사에게 교회법을 무시하고 후보자격을 부여했다가 결국 법원 판결로 얼굴 구기는 사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법'의 기능이 얼마나 화려한지, 다시 한 번 경탄하게 만드는 사건이다. 어쨌든 '자정능력', 그리고 마찬가지 맥락에서 '윤리' 같은 의미론의 활발한 사용은 -윤리경영, 연구윤리, 국회 윤리위원회 등등 - 내가 보기에는 분명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기능적 분화에 대한 의미론의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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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9일자 보도를 보니 선거는 끝났는데 두 명의 감독회장 후보가 서로 당선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혼란 중에 선거위원장이 바뀌었는데 신구 선거위원장이 다른 두 목사에게 당선증을 주었다는 것. 참으로 可觀이고 漸入佳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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