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지런한 '얼리 버드'들은 - 대표적으로 2mb ㅋ - 고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긴 하다. 새벽... 특히, 한국 신자들의 경우에 새벽에 기도하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되기까지 하다 (불교 새벽예불의 영향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새벽기도 시간에도 - 어디 새벽에만 그럴까마는... - 시끄러운 기도소리로 가득하다. '신'이 들어 주셔야 할 일들을 열거해야 하는데 그 시간도 모자랄 지경이니까.
철학자 키에르케고르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우리가 기도할 때 처음에는 기도가 말하는 것인 줄로 생각한다. 그러나 점점 더 그윽한 경지에 이르면 결국에 가서는 기도가 듣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Christian Discourses" 중에서)
A man prayed, and at first he thought that prayer was talking. But he bacame more and more quiet until in the end he realized that prayer was listening.
어디 기도시간 뿐인가 이런 저런 예배, 프로그램, 활동, 교제로 가득 찬 교회생활에서 고요함을 찾기란 힘들다.
내 경우에도 집중력이 떨어지면 쨉싸게 그 시간을 대체할 일들을 찾는다.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다면 일순위는 불문가지. 그렇지 않은 경우 이런 저런 긴요하지 않은 책이나 컴퓨터 폴더 속을 뒤적인다. 집에서라면 텔레비전을 켜 둘 때도 있고... 어쩔 수 없는 현대인... 생각을 깊게 해야 할 경우에도 그 속으로 들어가기 싫어서 자꾸 다른 변죽만 울리고 있는 것. 그래서 요즘엔 컴퓨터를 아애 켜지 않으려 애쓸 때도 있다. 뭔가를 쓰라고 깜박거리른 '커서'의 재촉을 받지 않고서 백지 위에 손글씨로 생각을 정리하는 재미를 맛보기도 하면서... 또 늦은 밤에 고요한 시간을 가져 보려고도 한다. 그러면서 관찰한다. 흘러 다니는 생각을.... 도대체 그 뿌리에 무엇이 있나... 그러다 "점점 그윽한 경지에 이르면" 정말 뭔가를 듣게 될까?
영성과 종교성을 구분해 보면 좀 다른 방향으로 얘길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슷한 내용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은 있는데 그게 '영성'과 '종교성'을 구분하는 방식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쨌든... ). 서구 계몽주의 시대, 근대의 개화기 동안에는 바야흐로 이성의 시대가 도래하면 종교 같은 구시대 유물은 사라질 거라고 과감하게 주장하던 학자들이 적지 않았다. 생시몽, 콩트가 대표적으로 언급된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그 콩트가 말년에 인류교라는 합리성의 종교를 창시하기도 했는데, 이를 통해서 우리는 종교의 끈질긴 생명력을 확인할 수 있다. '신은 죽었다'는 니체의 선언도 사실은 기독교인들이 얘기하는 특정 신이 죽었다는 얘기 아니었던가. 영성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종교성만큼은 인간, 호모 사피엔스 (= 호모 렐리기오수수)가 존재하는한 어떤 식으로든 추구될 것이다.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신을 섬기는 있지 않은가?
우선 심취해서 이성적 심리 상태를 뛰어 넘는 무엇인가가 표출되는 상황은 대개 종교적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음악이나 춤에 열광하는 상태, 만취 상태, 각종 '약물'은 말할 것도 없고... 또한 겉으론 매우 이성적, 합리적인 사고에 기인하는 것 같지만 무엇인가를 과도하게 섬기는 상황. 그것도 넓게 보아 종교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고요할 시간이 없는 바쁜 현대인들. 그들은 어쩌면 그 '바쁨'을 섬기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면 '일중독'은 그냥 비유적 표현이 아닌 종교성의 영역으로 이해될 수도 있는 상태다. 자식에 '올인'하는 부모들은 자식이라는 우상을 섬기고 있고, 사랑의 짜릿한 감각을 찾아서 헤매다니는 사람들은 사랑 혹은 사랑의 감각을 섬기고 있는 것고... 각종 제도 종교들을 믿는 신자들 중엔 - 본인은 의식하지 못할 지라도 - 그저 인간 본성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종교성을 만족시키는 도구로 그 종교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물론 영성과 종교성을 정확하게 구분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영성을 추구하는 종교'와 '종교성을 만족시키는 종교'라는 구분 역시 하나의 생각 실험일 뿐 그런 구분을 과도하게 밀고가는 게 큰 유익을 줄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그 어느 시기 못지않게 아니 혹은 그 이상 종교성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는 21세기에 - 세계 곳곳에서 관찰되는 종교근본주의자들의 그 활약상을 보라 (절에 가서 '땅밟기' 하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한국의 일부 기독교인들... ), 그리고 술, 섹스, 음악, 애정, 인정, 기도응답에 대한 탐닉을.... - 그런 종교성을 좀 '다른' 아니 좀 '더 나은' 방식으로 표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영성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고요와 침묵 속에서 내 속을 들여다 보며, 그 '어떤' 음성 듣기를 구하며...
저 스크랩할게요 ^^
답글삭제흠. 그렇담 좀 더 신경쓸 걸 그랬나...ㅎㅎ
답글삭제성탄절, Silvester엔 좀 신나게, 덜 영적으로 보내도 좋을텐데... 푸르디 푸른 젊은 시절이니까... Any pl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