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역사적 사실을 개인사와 잘 엮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강남개발과 5공, 6공이 주 배경인데 그 시절 현대사를 잘 모를 이들에게는 꽤 의미있는 간접 경험이었을 것이다. 이런 시대극의 경우엔 차라리 '권선징악'의 구도가 더 시원한 경우가 있다. 드라마에서 드라난 작가 혹은 피디가 그 시기를 보는 관점은 어쩌면 상식에 가까운 것이지만 쥐정부 시절이고 더구나 SBS 아닌가? 게다가 SBS 창사 20년 특집극이라니... 혹시 SBS '수뇌부'들이나, '방송통신위원회', 문화부에 계시는 김회장네 둘째 아들, 푸른 지붕 아래에서 사시는 분들 모두 공사가 다망하셔서 이 드라마를 챙겨보지 못하신 탓이 아닌가 싶다. 어찌 2010년 대한민국에서 이런 드라마가 공공연한게 방영되며 그것도 높은 시청률을 올릴 수 있었단 말인가. 수시로 가스통 들고 세종로, 종로로 진출하시던 우리 구국의 용사 할아버지들은 왜 그리 조용하셨던지... 모두 현대사 지식이 박약한 관계로 조필연의 멸망에 박수를 보내는 '우'를 범하신 것은 아닌지...
드라마가 무척 구식이긴 했지만 워낙 시절이 거꾸로 가는 터라 그 우직한 권선징악의 정신마저 그지 없이 반가웠던 것 같다. 이강모 같은 사나이가 정말 그리워지는 때 아닌가. 이제 승부가 끝나고 경찰에게 잡혀가면서 조필연이 이강모에게 얘기한다. "이제, 네 놈이 날 이겼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에 대한 우리의 이강모 형님의 멘트 "난 한 번도 널 적으로 생각한 적이 없어. 난 너 같은 사람이 큰 소리치는 이 세상과 싸워보고 싶었던 거야..." (정확하지 않지만 대략 이런 내용). 캬- 이 얘기 듣고 난 완전히 '감동' 먹었다.
자고로 이런 게 대중문화의 미덕이다. 인간, 역사에 대해서 깊게 파고드는 고급예술은 이렇게 쉽게 싸지르기가 힘들다. 대중문화는 그냥 대중의 힘을 믿고서 뭔가 부조리하고, 고여있고, 썩은 세상에 대해서 이렇게 시원하게 내지를 수 있어야 한다. 속이 뻥 뚤리는 카타르시스를 체험하게 해 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난 그 누구보다 피디와 작가에게 큰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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