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1일 화요일

영성=사랑=관심

영성의 본질이 사랑이라면 사랑의 본질은 관심이다. 영성=사랑=관심. 욕망, 습관, 자동화 기제의 틀을 깨는 게 영성, 즉 사랑의 관계에 이르는 훈련의 출발점이라면, 그건 곧 무관심의 벽을 무너뜨리는 일이기도 하다. (타자에 대한) 습관화된 무관심! 그런 틀을 깨고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현대인들의 일상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 투성이다. 지나치게 많이 주어지는 정보들 - 현대인의 관심을 끌어 보려고 감수성을 자극하고 찔러대는 저 광고들을 보라 - 생존하기 위해서 가져야 할 관심사들, 처리해야 할 일들만으로 우리 정보처리 능력은 이미 포화상태인 것이다. 그 때문에 긴요하지 않다고 이해되는 일들로 관심을 돌리기가 어렵다. 혹 여력이 있더라도 우리 관심은 대개 우리 자신에게 쏠려있다. 자기애... 넓어져 봐야 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식구들 정도? 가족애... ('피붙이'라 하더라도 가정의 울타리만 넘어서도 관심의 강도와 영역은 급속히 줄어든다.)
어짜피 가용 에너지와 처리 능력은 제한되어 있으니 "영성=사랑=관심"의 일에 투자하려면 다른 쪽에 쏠리는 에너지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단순하고도 느리게 살 필요가 있는 것. 우리 관심을 끌어 당기는 정보를 제한하고 - 인터넷을 포함한 각종 매스미디어 - 내 마음 속을 들여다 볼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어떤 일에 왜 관심을 갖게 되는지, 왜 무관심한지... 습과화된 관심, 자기애, 가족애를 비우고 습관, 자기, 가족의 경계 바깥에 있는 타자 - 사람, 자연, 사물, 등등 -와 사랑의 관계를 맺으려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습관을 거스르기가 어디 쉬운 일이던가. 성인의 반열에 들지 못할 범인들은 아마 평생을 이쪽 저쪽 기웃거리며 안절부절하며 보낼 것이다. 그런 일로 안절부절 할 수 있기만 해도 이미 성공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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