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1일 수요일

그림 읽기 (2)

La Mort de Marat, Jacques Louis David (1793)

그림 읽기를 연재해볼까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그림이다. 워낙 유명한 그림이라 인터넷에 관련 정보가 넘쳐나서 여기 저기서 빌려와 짜깁기 해 보았다. 일부 내용이 상충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 경우 더 그럴듯한 설명을 취했다.

프랑스 혁명 후... 마라(Jean Paul Marat, 1743 ~ 1793)는 혁명세력 중 급진파당의 영수였고 인민정부의 독재를 주창하는 과격주의자였다. '온건파'로 알려진 지롱드당의 열혈 청년당원이었던 샬롯 코르데는 마라를 제거하기로 결심한다. 군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마라의 생각에는 동의했지만, 무고한 시민을 학살하는 그의 잔인함을 받아 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거짓 편지를 미끼로 접근, 목욕중인 마라의 가슴에 칼을 꽂았다. 마라는 악성 피부병 때문에 목욕하면서 집무했다고 한다. 1793년 7월 13일의 일이었고 그때 암살자 코르데의 나이는 스물 다섯이었다. 마라가 죽은 후, 자코뱅파의 다른 거두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가 시작된다. 마라의 혁명동지였던 다비드는 사건이 일어난 지 3일 후에 의회로부터 의뢰를 받아 3개월 만에 이 그림을 완성하였다.
욕실 안은 아무런 장식도 가구도 보이지 않는다. 마라의 목 아랫부분에 난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욕조에 고여있으며, 그의 오른손 옆을 보면 핏자국이 남은 그를 찌른 상아 손잡이가 달린 칼이 보인다. 잉크병이 놓인 낡은 나무상자에 '마라에게, 다비드가 바친다(A MARAT, DAVID)'는 글만이 외로운 비문처럼 적혀 있다. 그의 한 손에는 샬롯 코르데이가 건네준 청원서가 들려있다. 그녀는 마라가 서명하는 때를 노려, 재빨리 칼로 찔러 살해한 것이다 [오른쪽 그림 참조]. 내용 중 샬롯 코르데, 마라의 이름도 선명하게 보인다. (청원서 아래 쪽에 있는 작은 종이는 아마 처음 면담을 요청했던 그 메모 쪽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마라는 '이성의 시대'를 상징하는 펜과 잉크를 꽉 붙잡고 있다. 여기저기에 남은 핏자국이 이 끔찍한 죽음의 비통함을 더해준다. 욕조는 흰 천으로 덮여 있는데 마라의 혁명적 저술작업을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흰 천과 죽음을 맞은 마라의 자세는 예술의 죽음을 상기시킨다. 당시 혁명세력은 전체 민중을 위해 교회의 소유물을 국유화했다. 이제 종교는 이성에게 자리를 내주었고, 마라는 그 새로운 시대의 순교자였다. 다비드는 욕조 앞에 놓인 낡은 나무 탁자를 통해 마라의 검소함을 강조하면서, 이 탁자의 전면에 마치 묘비처럼 마라를 추모하는 사인을 그려 넣고 있다.
그림 속의 모든 것은 그리스도교적 순교자를 연상시킨다. 오른쪽으로 점점 밝아져 가는 배경은 마치 하늘의 영광이 죽어가는 성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그러나 다비드는 이런 그리스도교적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거의 알아차릴 수 없도록 모든 것을 뛰어난 솜씨로 처리하였다 .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그림들과 비교해보면, 다비드 작품의 뛰어남이 확연히 드러난다. 1793년작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1907년에 그려진 뭉크 버전도 매우 신선하다. 의도적으로 사건의 역사성을 제거했다.

Charlotte Corday after the murder of Marat, Paul-Jacques-Aimé Baudry (1861)

The assassination of marat, Weerts Jean Joseph (1886)

Death of Marat I, Edvard Munch (1907)


Death of Marat II, Edvard Munch (1907)


source

ㅎㅎㅎ

ps) "<마라의 죽음>은 드로잉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3점이 존재합니다. 비문처럼 새겨진 나무상자에 A Marat 라고 씌여진 작품은 잘 아시는 것처럼, 브뤼셀 왕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고, 다른 한점은 루브르 미술관에, 그리고 나머지 한 점은 랭스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혁명기의 프랑스 정부는 한 점을 더 소유하길 원하였으며, 죽은 마라의 혁명동지이자, 절친한 지인이었던 화가 다비드 역시 한 점을 본인이 스스로 간직하길 원하였다고 합니다." 옆 그림이 프랑스 루브르 (혹은 랭스 미술관) 소장본이고 제목도 좀 달라서 <암살당한 마라> (Marat assassiné, 1793). 얼핏 꼭 같아 보이는 그림의 버전을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마라의 시신 앞 쪽에 놓인 궤짝에 새겨진 글씨이다 (NAYNT PU ME CORROMPRE ILS MONT ASSASSINE 라고 씌여있는데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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