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대적하시되 겸손한 자들에게는 은혜를 주시느니라. 그러므로 하나님의 능하신 손 아래에서 겸손하라 때가 되면 너희를 높이시리라" (벧전 5:5-6). .
Clothe yourselves with humility toward one another, because, "God opposes the proud but gives grace to the humble." Humble yourselves, therfore, under God's mighty hand, that he may lift you up in due time.
베드로전후서는 히브리서, 야고보서, 유다서와 더불어 공동서신 (The Catholic Epistles)혹은 일반서신(The General Epistles)이라고 불린다. "공동서신이라는 표현은 여러 사람이 이 서신들을 함께 썼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서신이 모든 사람에게 보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동서신은 땅에 흩어져 있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보내는 편지들이다. 말하자면 발신자의 공동성이 아니라 수신자의 공동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공동서신은 심오한 신학론이나 신비스러운 경험보다는 대중적이요, 윤리적이요, 교훈적인 내용이 주된 주제다. 실제적인 신앙 훈계와 권면으로 당시 핍박과 이단의 유혹과 신앙적 시험에 둘러 쌓였던 모든 교회에게 힘과 지혜를 주고자 기록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공동서신을 통해 당시 초대교회가 당면했던 보편적인 문제와 다양한 삶의 구조를 알 수 있다." 베드로전후서의 저자가 과연 편지 서두에 언급된대로 사도 베드로인지에 대해서는 신학적 논란이 있는 모양이다. 어쨌든 윗 본문도 이런 당대 사정을 염두에 두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 당시 활발하게 늘어나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교회, 교인들을 권면하는 내용으로 말이다. 본문은 "겸손하고 자기를 낮추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 조건 혹은 결과는 "하나님께서 높여 주신다"는 것이고... 이는 마리아의 노래(눅 1), 산상수훈에서 등 성서 여러 곳에서 반복되어 강조되는 역설적 가르침이다. 이런 "역설"은 사실 동서고금 여러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 나온다는 "必死卽生 必生卽死", 혹은 한용운 선생의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僕從)을 좋아해요" 라는 시편... 이런 가르침은 수익창출 메카니즘에 대한 한 단계 높은 전략적 사고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즉, '높아지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자유롭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서라도 '낮아지고, 죽으려 들고, 복종하라'는 게 아니다. 기존 사고틀(framing) 안에서 이렇게 표현될 수 밖에 없지만, 사실은 이런 구분법 자체를 넘어서라는 가르침인 것이다. "하나님께서 높여 주신다고 했단 말이지. 내가 지금은 비록 이 모양이지만 열심히 하나님을 모시고 섬기면 언제가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명예, 부를 누리게 될 거야"가 아닌 것이다. '낮음/높음'으로 구분하는 상식의 전복을 요구하는 것이다. 예수님과 기독교의 가르침은 훨씬 더 도발적이고, 급진적인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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