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28일 화요일
다움
'답다'라는 우리말, 듣기에 좋다. 어른답다, 아이답다, 학생답다... 물론 '-답다'라는 표현은 위계질서상 위쪽에 있는 이들이 즐겨쓰는 말이기도 하다. 그들이 생각하는 옳은 질서를 계속 유지시키기 위해서 써먹는, im Grossen und Ganzen 여전히 효과적인 담론 자원인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이 학생다워야지...'. 그 문장에서 '학생답다'는 표현이 가리키는 바는, 뭐, 뻔하지 않은가. 바른생활... '내가 언젠가 조카들에게 거의 '무아지경' 상태에서 내뱉었던 그런 표현... '엄마아빠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고...'). 그런 권위적인 냄새를 풀풀 풍기는 용례를 제외한다면, '- 답다'는 말은 좋은 의도를 전달할 때 쓰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물론 이 표현이 부정적인 상황을 묘사하는데 사용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예를 들어 '그럼 그렇지, 역시 너'다운' 짓이야. 어쨌거나... ). 사람이 아름다워 보이는 그런 상황, 상태가 있지 않은가? 너무 꾸미거나 세상이치에 밝으면 10대답지 못한 것 같고, 다시말 해 그리 좋아 보이지 않고... 20대 땐 패기를 갖고서 무모해 보이는 일에도 도전해 보는 모습이 보기 좋고... (아, 그런 모습, 정말 아름답다! 예를 들어, 자전거로 세계일주하는 청년들의 모습, 아름답고도 아름답도다... 그들에게 무한한 찬사를...!!!). 30대 후반, 40대에 이르면 푸근하고, 넉넉해 보이며, 적어도 어느 한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가이고, 또 살아온 길에 대해 자신감도 은근히 내비치는...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든 생산적으로 기여할 위치에 있기 때문에 가능하고 그리고 요구되기도 한 그런 모습이고 덕목이다. 고민, 갈등, 방황, 자신감 없음, 무기력 등은 - 물론, 속으로야 누군들 가지고 있지 않겠는가마는 적어도 겉으로는 - 이 또래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다. 허나 여전히 생산하는 자의 입장에 서지 못한 채 40대를 바라보는 '늙은 학생'들의 경우는 어떠한가? 젋게 살아서 나이를 '안 먹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먹어야 할 나이를 '못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젊게 산다는건 제 나이값 못하는 이들에 대한 립서비스이거나 자기위안은 아닌지... [물론 그 맘때 '일반인' (혹은, '정상인' ㅎㅎ) 또래들이 겪는 부정적인 증후군을 적게 겪는 것 같긴 하다. 그런 장점마저 없으면 얼마나 더 비참할꼬...] 어쩌랴... 스스로 선택한 길인걸. 허나 그래도 뭔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보자면... 어쩌면 '늙은 학생다운' 모습에 대해 얘기할 수 있으리라.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 내 나름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그것까지 공개하진 않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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