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인간관계는 정말 복잡하고 미묘하다. 현대의 의사소통의 경우, 그 상황을 위해서 위계적으로, 신분제적으로, 혹은 여러 가지 규범으로 정해진 행동지침이 많지 않다보니 대화의 규칙을 만들어가고 상황을 해석하고 자신의 해석이 맞는지 다음 대화 turn에서 확인해가고... 대단한 기술과 집중력, 인내력을 필요로 하는 것. 늘 코드를 맞춰나가야 한다. 그 과정은 맞춰지거나/맞춰지지 않거나, 이항코드로 선택될 수 있는게 아니라, 아나로그다. 0과 1 사이에 무수하게 많은 가능성이 있는 것. 그 관계가 아주 단순화되어 오해의 여지가 적은 경우는 대표적으로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 좀 더 복잡하지만 그래도 단순한 경우는 표준화된 단순 노동을 하는 작업장 동료들 간의 관계. 부부나 '친한' 친구 같은 관계는 친밀도와 서로에 대한 이해 폭이 넓어서 오히려 오해의 폭이 적은 경우. 가장 힘든 경우가 어정쩡하게 친한 경우가 아닌가 생각한다. 대화상황에서 도대체 眞意가 무엇인지, 왜 무슨 의도로 이 얘기를 꺼내는지, 아니면 침묵하는지 순간 순간 무수한 해석의 가능성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언젠가 썼듯이 그 경우 그 찰나의 타이밍이 중요해서 그것을 놓치면 벌써 상황종료, 새로운 상황 시작... 복잡하게 생각하기 싫어해서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산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과연 그러할까?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현대인들은, '정상적'으로 인간관계를 맺으며 사는 사람들은 이런 폭넓은 해석과 선택의 도전을 외면하며 살 수 없다. 인간관계를 잘 한다는 것은 어떤 경우, 상태를 얘기하는 것일까? 그 과정을 유연하게 잘 처리해서 이음새가 잘 눈에 뜨지 않는 경우. 모든 상황을 souveraen하게 통제해 나가는 경우 아닐까?
그건 그렇고... 나도 '문명병' 환자라면 환자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려 애쓰는 편이지만... 단답형 지식은.... 그런 형태의 지식도 왜 쓸모가 없겠는가마는, 그게 필요한 시기나 분야는 매우 제한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너도 나도 목청높이어 답다는 기계 만드는 한국 교육의 퇴행성을 지적한지도 꽤 오래되었는지만 크게 바뀌진 않은 것 같다. 우연한 기회로 인터넷을 통해 초등 혹은 중고등 시험문제를 보면서, 참 아직도 저런 문제를 내고 그에 대한 정답을 요구하는구나, 안타까움을 넘어서 화가 날 때가 있다. 특히, 국어나 도덕, 윤리, 사회 그런 쪽 문제들... 쉽게 바뀌지 않는 걸 보면 그런 객관식, 단답식 지식을 습득하는 게 현대 사회의 성공적인 재생산에 기여한다는 인식이 꽤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 모양이다. 어떤 장점이 있을까? 뭐니 뭐니 해도 평가의 계량화, 한마디로 순위매기는 데 그보다 더 손쉬운 방식은 없다. 객관식, 단답식, 경쟁, 줄세우기, 계량화된 성적, 그 서열에 앞자리에 서기, 성공, 출세, 모두 의미의 연결망 속에서 가까운 곳에서 발견될 단어들이다. 심지어 겸손, 사랑, 섬김이 더 본질적이어야 할 교회에서도 큰 문제의식 없이 수용될 정도로.... 수험생을 위한 기도회를 열어주는 교회들, 남은 어떻게 되든 내 자식만큼은 평소 공부한 것 이상 좋은 점수 '따게' 해주고, 앞으로도 쭈욱 '성공'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그 '마인드'. 지난 수십년 간 한국은 물신주의 가치관, 성장, 성공에 대한 욕망의 지배 아래 놓여 있었고, 이 땅 개신교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미국산 기독교의 성공지향적 세계관, 가르침은 그런 사회적 기대와 기가 막힌 찰떡궁합을 이루지 않았던가. 그 결과 이젠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살더라도 떨쳐버릴 수 없는 한국인 '심성'의 일부를 이루게 되었는지... 경쟁을 만들어 내서 공부하기... 사람이 공부할 거리, 공부방식을 만들어내지만, 그런 방식이 또 사람과 사람들이 관계하는 방식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다시 한 번 co-evolution). 인간(의 노동)이 자신이 만들어 낸 대상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상황을 우리 맑스 형님은 Entfremdung, 疏外라고 부르시지 않았던가. 참, 낯선 어쩌면 기괴하기까지 한 풍경이다. 교회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왠지 자연스럽기도 한 그런... 나도 그 풍경의 일부였다.
[덧붙임: 우연히 오늘, 화요일자 '뉴스앤조이' 기사 중에서 다음 기사를 발견: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전북 이리노회가 이리노회 주일학교 제25주년을 맞아 '초등부 성경 골든벨'과 '성경 필사본 및 시화전'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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