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23일 목요일

큰 주식시장, 작은 외환시장: 한국 금융시장의 이중적 구조

換亂 때문에 짐싸서 돌아간다는 이들이 있는 모양이다. 아직 이웃 도시 얘기지만. 지금 경제위기가 세계적인 현상이긴하지만 우리나라 처럼 환율이 큰폭으로 오르락 내리락하는 경우가 또 있을까 싶다. 대외경제변화에 대해서 우리나라가 유독 취약한 이유를 도대체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현장'을 잘 아는 (것 같은) 전문가의 설명이 쉽고도 설득력 있어 옮겨 놓는다.

"배상근 : 우 리나라는 아주 개방화된 소규모 경제단입니다. 그러다 보니 개방도가 워낙 커서 외부의 조그만 충격도 직접적으로 우리 경제에 와닿게 되는 거죠. 그리고 또한 우리나라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의 특징이 있는데요. 주식시장의 경우는 신흥국가들 중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외국인의 지분비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과거에는 한 40%까지 있다가 최근 들어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굉장히 증가하면서 27%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는데요. 미국계 자본 같은 경우는 일단 내 코가 석자 아닙니까? 바로 우리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서 미국으로 지금 본국으로 송환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고요. 여타국의 자본 같은 경우도 돈을 빼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가격이 떨어진 국가에서 수익률을 본달지 보다 안전한 곳으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 주식시장에서 대규모로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데 그 돈이 어딜 거쳐야 되냐면 외환시장을 거쳐가야 되거든요. 달러를 바꿔야 되니까요. 그런데 우리 외환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굉장히 작고, 외환시장이 작은 규모다 보니 큰 돈이 빠져서 작은 시장으로 흘러가는 와중에 외환시장이 크게 요동되고 있고요. 특히 우리 외환시장은 98%가량이 달러로만 움직이고 있습니다. 최근에 규칙통화로 돼 있는 달러의 불안전성이나 달러가뭄이 아주 심한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는 조건으로 보여지죠."

하지만 지금 위기가 한국 금융산업에 호기일 수도 있으며, 금융부문이 앞으로 고용을 창출하는 중요한 산업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부분에 대해서 왠지 신뢰가 가질 않는다. 지금 우리는 어쩌면 금융자본주의가 무너지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실물경제와 금융의 괴리가 클수록 위기의 확산속도나 파급효과가 큰 것 아닌가? 아이슬란드 같은 나라는 미국식 금융자본주의모델을 도입했다가 지금 IMF에게 손 벌리는 신세가 된 것 아닌가? 18년(1987~2006년) 동안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역임했으며 (연준) ‘마에스트로’(거장), ‘경제계의 현자’라는 칭송까지 받았던 자유시장주의 전도사 앨런 그린스펀(82) 마저 "은행 등 금융기관이 주주와 자산을 보호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여겼다. 내가 실수했다.(I made a mistake.)”라고 고백하는 판 아닌가 (관련기사). 도대체 한국이 금융산업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 내 상상력으로는 그 모습을 그릴 수가 없다. 이 양반 혹시 신종 '신자유주의 전도사' 아닌가? [배상근 박사의 평소 주장을 알아볼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과도한 억측을 발설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아울러 인터뷰라는 설정 탓에 발언이 짧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

"하지만 여기서 머물지 말고 이러한 금융위기를 우리의 기회로 전환시킬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제조업은 고용의 한계를 느끼고 있죠. 첨단산업 같은 경우는 고용숫자를 늘린다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장비를 늘이고 사람을 줄이는 측면이 있고요. 제조업은 3D업종은 사람이 필요하지만 우리 청년층이 가려고들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청년층의 눈높이에 걸맞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필요가 있고요.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그 대표적인 부분이 금융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융산업을 왜 주목할 필요가 있냐면, 지금 최근에 나온 IMF의 은행위기보고서가 있는데 지난 37년간 124개 은행위기를 살펴봤습니다. 그런 경우를 보면 대개 위기가 끝나는데 53개월... 4,5년 정도 걸립니다. 대공황시기나 저축대부조합의 연쇄파산시기도 그렇지만 그 당시 시기에는 어떤 일이 발생하냐면, 규제가 강화되고 금융의 혁신이 없습니다. 금융의 신상품이 나오지 않습니다. 바꿔 말해서 선진국 경제에 있는 금융기관들이 어떻게 보면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탭니다. 상대적으로 우리가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하고 노력해간다면 지금은 많이 떨어져 있지만 선진국 금융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을 향후 한 5년 정도 벌어놓은 상태거든요. 이 기회에 우리가 보다 노력해서 우리 금융산업을 발전시킨다면 수출로만 이끌어가던 우리 경제에서 우리 경제 안에 금융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약할 수 있고 이와 동시에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보다 좋은 일자리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런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추가: 거래가 이루어지는 현장이라는 의미에서 금융시장으로 주식시장, 외환시장을 먼저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 금융시장 거래의 핵심은 개인/기관 사이의 단기, 장기간 거래아닌가? 물론 그런 거래 역시 매일 사고 파는 행위가 이루어지며 거기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을 거치지 않을 수 없겠지만. 한국 금융기관들은 일본, 중국에 비해서 외국 금융기관과 거래 비중이 높다고 한다. 그게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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