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초등학생도 갖고 다니는 휴대전화를 가져본 적이 없다. 운전면허증도 승용차도 없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터는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간다. 점심 도시락도 꼭 싸들고 다닌다. 머리는 다듬지 않아 항상 헝클어져 있고 수염도 텁수룩하다. 신용카드는 있지만 쓰지 않고 TV도 안보고 인터넷도 거의 하지 않는다. 각종 회식 자리에도 가지 않는다. ‘삼천리 금수강산을 남북한 인구로 나눈 면적만큼만’ 땅을 사 자기 먹거리의 농사를 짓는다. (...) 해마다 3~4권씩, 지금까지 60여권의 책을 펴냈다. 주말에는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음악 듣고 화랑도 찾는다. 직접 그림도 그리고 등산도 한다. 이해·연줄에 얽히지 않은 친구나 지인들을 집으로 초청, 가마 솥에 장작불 피워 소머리 곰탕도 끓이고 술잔도 나눈다. 수십권의 책을 쏟아냈지만 전공이 무엇인지 종잡을 수 없을 만큼 그 분야가 법·예술·사회·인물 등 다양하다. 이렇게 사는 사람, 영남대 박홍규 교수(56)다. 노동법을 전공한 법학자다. 지난 해 법학과에서 교양학부로 옮겼다.
(...).아침식사는 밭에서 난 채소에다 된장국을 넣고 비빈 비빔밥 한 그릇이 전부다. 다른 반찬 없이 먹고 남은 밥과 국으로 도시락을 싸서 출근한다. 학교까지 2~3㎞를 자전거 타고 다닌다. 빨리 달리지 않는다. 천천히 페달을 저으며 풀 냄새도 맡고 하늘도 보고 연꽃 밭도 구경하며 간다. (...) 도시락을 고집하는 건 ‘학생 때부터의 습관’이기도 하고 군대처럼 구내식당에서 밥 먹기 위해 식판 들고 줄서는 것도, 밥 한끼 먹기 위해 몇 십분씩 자동차 타고 나가는 세태가 싫어서다. 연구실 한쪽에 ‘학기중 회식 NO’란 문구가 적혀 있다. 대상이 동료 교수든 학생이든 학연·지연·혈연 등의 각종 연줄로 엮여 벌어지는 부조리를 경계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그는 60여권의 책을 썼고 수십권의 번역서를 냈다. 우리 사회에 반드시 있어야 할 책인데도 소개되지 않았다 싶으면 번역했고 모두가 똑같은 이야기만 하고 있으면 다른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책을 썼다. 그는 “100명 중 99명이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1명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지평도 넓어지고 차원도 한 단계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책 쓰는 것을 돈벌이로 생각하지 않기에 ‘지적재산권’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잘 씻지 않는다. 천성 탓인지도 모르지만 필요 이상으로 물을 낭비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 같아 께름칙한 것도 이유다. 수염은 한 달에 두 번 정도 가위로 자른다. 매일 면도를 하지 않는 것은 귀찮기도 하지만 ‘수염을 기르는 것 가지고도 시비를 거는’ 우리 사회의 획일성에 대한 저항의 의미도 있다. 그는 물욕·돈·힘·공공성 붕괴·인조·획일을 대한민국의 ‘육적(六敵)’으로 지적했다. 돈과 힘 등으로 가치를 따지는 한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고도 했다. “국가 권력이든 관습이든 그 무엇이든 개인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됩니다. 무엇이든 넘치도록 갖는 것도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죄악입니다. 욕망을 최소화하고 의식주까지 간소하게 사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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