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말 방학을 참 '유익하게' (ㅜ ㅜ) 보내고 있는데, 오늘은 '세계의 명문대학'이라는 SBS 다큐를 '대략' 보았다. 요새 만들어진 것 치곤 방송에 비친 학교들 기자재가 (특히 모니터) 좀 '후지다'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2003년에 방영된 모양이다 (제작에 참여한 이의 소감을 보려면 '
여기'에서). 1부에서는 주로 학생을, 2부에서는 교수와 대학이라는 공간 자체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명문대학으로 나온 학교는 미국: 하버드, MIT, 스탠포드, 중국: 칭화대, 베이징대, 일본: 도쿄대, 와세다대. (흠, 그렇다.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면 안되지).
엽기적인 장면이 적지 않게 있었다. 아무리 시험기간이라지만 잠을 거의 자지 않고 밤새워 공부하는 하버드대 학생들. 그들은 거침없이 '살아남기'란 표현을 쓰고 있었다. 또, 칭화대에선 기숙사 소등시간이 11시 반인데, 그 이후에 복도에 켜지는 미등 밑으로 학생들이 모여든다. 그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책을 읽고 토론도 한다. 지금도 그럴까? 흥미로운 건, 일본 대학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점. 도쿄대 학생들은 적어도 1,2학년 때는 별로 공부하지 않는 모양이다. 대개 공직으로 진출하게 되고, 또 조직에 잘 융화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인지 학과공부보다 써클 활동에 열심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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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도서관 개방 시간을 비교하면서 은근히 도쿄대를 '깐다' (캡쳐 화면 참조). 도쿄대는 8:30, 베이징대는 6:30, 하버드대엔 24시간 개방하는 도서관이 있고. 흠. '우리' 학교는? 8시! 하지만 폐관 시간이 1시임을 고려해 줘야^^
한편으로는 자극 혹은 도전이 되는 내용이었다. 그렇지. 열심히 살아야지. 시간관리 잘하고. 남들하고 똑같이 해서는 남을 이길 수 없겠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잖아? 그 생존경쟁의 결과 위쪽 서열에 '랭크'된 얘들은 뭔가 달라도 달라. 달리 명문대겠어? 학생도 그렇고, 교수도 그렇고...
벗뜨!! 다른 한 편 씁쓸함 혹은 불편한 감정이 밀려드는 것도 막을 수 없었다. '살아남기'란 표현... 도대체 무엇을 위해? 저들은 지금 행복한가? (실제 행복한 표정을 보이는 이들도 없진 않았다. 연구실에서 거의 살다시피하는 미혼 교수들의 그 '벅찬' 표정과 때마침 속보이게 깔리는 그 감동적인 배경음악이라니...) 아니면 더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지금 인내하는 것인가? 다행히도 이 프로그램은 교수들의 모습도 많이 보여 주었는데, 어쩌면 그 학생들 중 많은 이들은 그 명문대 교수가 되어서 화면이 보여주는 것처럼 혹독한 임용, 평가, 연구비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혹은 살아남기 위해 또 다시 밤잠을 줄이고, 다른 것들을 희생해야 할 것이다.
물론 한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SBS가 시청자들이 감동하기를 기대하면서 보여준 그렇게 엽기적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 교수들이 대부분 자연계, 공대 쪽이라는 것. 꼭 그런 것만도 아니구나. '비지니스 스쿨', 경제학 그리고 북경대의 전설인 92살의 나이에도 새벽 4:30분이면 일어나서 연구한다는 그 '동양(철)학' 학자. 나름대로 다각적으로 보여주려고 애를 쓴 흔적은 보이는데, 결과적으로는 그저 '세계의 명문대생들, 그리고 교수들은 살아 남으려고 밤잠 안자고, 열심히 한단다'는 메세지만 크게 들릴 뿐이다.
그런 기준에서 보자면 독일 대학들은 정말이지 어떻게 지금 수준을 유지하는 것일까? BA 과정이 도입되면서 학생들이 좀 정신없이 공부에 몰두하는 사뭇 낯선 풍경을 자주 보게 되긴 하지만, 그게 과연 더 나아지고 있는 모습인가? '세계의 명문대학'을 찍은 이들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 대학이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있는 것이다. 허나, 과연 그런가? 그 빽빽한 시간, 그리고 시험들, 치루고 나면 다 잊어먹는 지식들.... 대개 BA에서 배우는 것들은 그렇지 않던가?
물론 잘 알고 있다. 이런 얘기도 '세계의 명문대'에서 30대 초반에 박사를 따고 30대 중반이면 교수로 임용되고, 40이 되기 전에 정년보장을 받은 이들이 해야 한다. '세계 명문대학'에 멀어도 한참 먼 대학에서, 그렇게 오래 공부하고서도 30대말에 아직 박사 학위도 '못 딴' 늙은 학생의 얘기는....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