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은 사람을 단순하게 만든다. 한낮에 1시간 동안만 혼자 사막을 걸어보면 알 수 있다.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이 없으니 단순해질 수밖에 없다. 걸어갈수록 멀어지는 지평선, 인정사정없는 뙤약볕은 사람의 욕구도 단순하게 만든다. 때가 되면 먹고, 밤이 되면 잔다. 그리고 다시 걷는다. 사막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것 밖에 없다. 때로는 무더위에 분통이 터지고, 탈진 직전에 이르기도 했지만 난 벌써 다시 사막이 그리워진다. 그건 아마도 사막이 나에게 주었던 극도의 단순함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느꼈던 고요함과 적막 때문이다. 생각과 감각도 그렇게 변해간다. 오래 전에 예언자들이 모두 사막으로 들어갔던 것도, 그 안에서 일신교가 탄생한 것도 이제는 알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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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키질쿰 사막, 사진은 그 도보여행기록에서 無斷^^ 轉載, 출처)
일신교의 등장, 기독교의 등장, 기독교에서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의 등장, 이런 일련의 역사적 과정이 사회의 변화와 그리고 인간의 신관념 변화와 어떤 방식으로든 연계되어 있다는 것은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아애 인격신에 대한 관념이 강하지 않았던 아시아권의 종교는 어떻게 이해해할 할까? 유교 등 신 없는 아시아의 종교가 더 발전된 종교적 사유체계라는 주장도 들어본 것 같긴 하다. 김용옥의 새 저서 '논어 한글역주'를 소개하는 한겨레 기사에 요약된 도올 선생의 주장이 흥미로와서 옮겨 놓는다."고대 문명 초기에 등장한 다신교적 신앙은 메소포타미아를 중심으로 하여 일신교 신앙으로 나아갔고, 이어 인더스·갠지스 문명을 통해 일신교 자체의 극복인 불교를 낳았다. 불교가 보여준 신 없는 종교 체계는 중국 문명에서 그대로 재현됐는데, 그것이 유교 문명이다. 공자는 신을 배제한 인간 중심의 사유, “인문학적 윤리학”의 건설자였다. 그런 점에서 “고대 문명 세계에서 가장 콘템포러리한(현대적인) 문명”이며, 바로 그런 이유로 <논어>를 탐구한다는 것은 우리 시대 사유의 새 지평을 탐색하는 일이 된다."
종교에 대한 논의 맥락에서 한 얘기는 아니지만, 동서양 문명을 비교한 내용도 흥미롭다.
"지은이는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논어>의 세계사적·문명사적 위치와 의미를 찾는 긴 서문을 통해 ‘인류문명’을 ‘전관’하고 있다. 이 문명사적 조망은 그리스·로마 문명을 뿌리로 삼는 서구 문명을 상대화하려는 뜻을 품고 있다. 이집트·메소포타미아·인더스·황하 문명이라는 세계 4대 문명이 범아시아 대륙에서 태어났음을 고려하면, 그리스·로마 문명은 그 문명권 바깥에서 일어난 역외의 문명이다. 고대문명 전체의 시야에서 보면 ‘원류 속의 말류’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그 문명이 오늘날 지배문명이 된 것은 ‘연역적 사유’의 발견에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근대 서구가 산업혁명과 자본주의를 일으키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켰으며, 과학기술을 흥성시킨 것은 이 그리스 문명의 사유 방식에 기댄 성과였다. 지은이는 서구의 지배를 가능케 한 이 세 위업 가운데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동아시아가 어느 정도 따라잡았으며, 아직 미치지 못한 것이 자연과학 분야라고 말한다. 그러나 과학이라는 것이 보편타당한 최종적 진리를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적 진리’ 이상의 어떤 새로운 진리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바로 여기서 <논어>라는 서구 문명 바깥의 사유를 새로이 탐구할 필요성이 나타난다."
도올 선생은 서구의 사상을 헬레니즘과 유대-기독교 전통으로 구분한다 (어디 그만 그러겠는가마는...). 유대-기독교 전통의 출발은 유일신이고 그 유일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창조주이다 (creation ex nihilio). 헬레니즘에도 신은 있지만 그 신은 유대교의 신처럼 창조주가 아니라, 세상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에 가깝다. 불변하는 것은 한 마디로 '이성'이다. 세상은 '절대'의 그림자이고 (플라톤인가 이건?). 헬네니즘과 유대-기독교 전통은 모두 불변하는 절대적인 것을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통한다. 이에 반해 동양적 세계관은 변화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는 그것을 천자문세계관이라고 표현한다. 天地玄黃 宇宙洪荒 日月盈仄 등등. 하늘과 땅, 시간과 공간은 현상태에서 출발. 창조주가 따로 필요없다. 해는 차고 달은 기운다. 변화하는 것을 인정하고 출발한다는 것. 도올선생이 좋아하는 화이트헤드의 철학이 바로 이런 얘기아닌가 싶다. 혹은 현대 물리학이 얘기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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