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0일 화요일

Aber-glaube

"독일어로 미신(迷信)을 '아버-글라우베(Aber-glaube)'라고 하는데, 그 뜻은 '그래도/그러나) 믿(고보)자!'라는 것"

꽤 큰 文名을 떨치고 있는 철학자가 자신 홈피에 - 댓글로 - 쓴 글에서 따왔다. 독일어 어원 설명이 왠지 미심쩍어 독일이 자랑하는 Duden 사전 (디지탈판, 2000)에서 그 단어 설명을 찾아보았다. 어원을 이렇게 설명해 놓고 있다: "Aberglaube, der; -(...) [ aber in der veralteten Bed. falsch, schlecht; vgl. Aberwitz, Abersinn]" 흠 그럼 그렇지. aber라는 표현이 과거에는 '틀린, 나쁜'이란 뜻을 담고 있었다는 얘기고, 그 뜻을 좇으면 Aberglaube는 잘못된 믿음, 신앙 아닌가. 이 철학자는 'aber'의 현대적 의미를 기초로 일종의 상상의 나래를 편 것. 이 양반 원래 언어유희에 가까운 현란한 언어 구사로 유명한 양반이긴 하다. 어쩜 '아버-글라우베'도 그냥 장난한 번 쳐 '보신' 것일 수도 있겠다. 특히, 그 이후 이어지는 문장을 고려한다면...

"‘황우(黃牛)석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국민연합’이 대구에서 발기(!)했다는 사실은 그 나름대로 심오하다. 누른 소(黃牛)가 노닐기에는 필시 큰 언덕(大邱)이 안성마춤일 것! 거기다가, 남한의 남근이라면 응당 대구 언덕이 아니겠는가?"

황우(석), 대구, 발기... 그럼 '아버-글라우베'에 대한 독창적 어원설명은 이런 말들에 유유히 장난을 걸기 위한 사전포석이었나?

[09.09.23. aber 를 찾아보니 [aber, aver, eigtl. = weiter weg; später; noch einmal wieder]란 설명도 나와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좀 지나친 해석이다. 그는 人文學이 아닌 - "삶(사람)의 무늬를 탐색하는 공부"라는 뜻으로 - 人紋學을 얘기하기도 하고, "문화(文化)의 문화(紋和: 무늬의 어울림)론"을 제창한다고도 하는데, 언어유희에 일가견이 있는 건 분명하나... 過猶不及...
물론 옛단어나 개념일수록 정확한 어원을 찾아내기가 힘들다. 사전은 어쩌면 매우 어원학이 밝혀낸 것들 중 매우 '보수적'인 해석을 선호할 것이니, 학자들이 상상력을 좀 발휘하는 것 너그럽게 봐 주도록 하자. 하지만 나는 "개념사"적 접근까지는 수용을 하겠는데,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어원학엔 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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