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1일 토요일

하바드대 출신, 파란 눈의 스님 얘기 들어 본 것도 같다. 현각 스님. 그 양반 지나치게 많은 이름을 얻는 통에 한국을 떠나서 지금은 뮌헨에 정착해 있나 보다. 최근 인터뷰 기사에서 알게 된 내용 (여기).
그 인터뷰 내용 중 일부다.

―독일이 심심하진 않나. 한국처럼 다이내믹한 사회에서 살다 가셨으니.

"거제도에서 기암절벽을 구경하는데 배 안에 '뽕짝'이 쿵작쿵작 울려 퍼지더라. 선장에게 소리 좀 줄여달라 부탁했더니 뽕짝을 안 틀면 승객들이 심심해한다고 했다. 한국이 내게 준 가르침 중 하나가 센세이션과 자극이다. 거기에 너무 익숙해져서 고요와 평화, 여백을 즐길 줄 모른다. 카페에 가보라. 연인이 나란히 앉아 스마트폰만 열심히 문질러대고 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을 중얼거리며 108배를 하는데 주머니에선 휴대폰이 쩌렁쩌렁 울려댄다. 걱정스럽다."

이 얘기가 오늘 낮 식당에서 겪었던 일을 생각나게 했다. 한국 어지간한 식당에선 그 시간이면 대개 텔레비전을 켜 둔다. 보는 사람이 있거나 말거나... 하지만 오늘 처음 간 그 식당은 그렇지 않은 드문 경우였다. 들고 간 책을 보면서 밥을 먹고 있는데 옆 자리에 두 남성 손님 착석. 얘기를 몇 마디 주고 받더니 곧 침묵 모드...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식당은 그 손님 중 한 사람의 '휴대용 텔레비전' - 정확한 명칭이 있을 텐데 잘 모르므로 통과... - 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로 가득찼다. 당연히 클 수 없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거의 '발악' 혹은 '통곡'에 가깝게 들렸다. 그 발악을 들으며 마주 앉아서 '조용히' 식사를 하는 모습이라니... 게다가 식당 안 다른 사람들은 병풍 정도로 여기는 듯한 그 심리체계의 작동방식 또한 참으로 저질이다. 생각할수록...

왜 편한 사이엔 좀 듣기 싫어할 것 같은 소리도 하게 되지 않은가. 애정과 관심의 표현 방식이기도 하고. 이 나라, 이 나라 사람들에 대해서도 그런 것 같다. 잔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물론 많이 좋아졌고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 의심하지 않지만, 천박한 행태들과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들을 너무 많이 보고 또 듣게 되는 탓이다. 어쩌면 아직도 이방인의 시선을 거두지 못해서 그런 지도 모르겠다. '생활인'으로 그 속에 들어가게 되면 좀 달라질까?

댓글 4개:

  1. 가지고 가신 책은 몇줄 못 읽으셨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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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ㅎ 다행이 식사를 마칠 때쯤 그 양반들이 들어와서요...^^

    워낙 일기처럼 끄적거리는 얘기들이지만 자주 댓글을 남겨 주시니 쓰는 재미가 더 생깁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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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 시점에서 메뉴가 뭐였냐고 물으면 너무 뜬금없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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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수정. 저질 기억력 ㅠ_ㅠ;;] '고등어구이'였습니다^^ 이 '익명'님은 저 아래 쪽에 등장했던 그 '익명'님이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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