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이후 한국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여러 생각이 든다. 질병, 의학 관련 프로그램들이 유독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그 중 하나. 주로 '명의'를 소개하면서... 거기에다 음식, 체중조절 관련 전문가 의견이랍시고 의사들이 나와서 백과사전에 나옴직한 정보를 읖조리는 장면들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날 테고. 물론 독일에서도 그런 경향은 관찰된다. 과학사회학, 과학과 언론 등 연구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이는 세계적 추세다. 다른 과학 분야보다 의학이나 생명과학 분야 뉴스들이 주목을 더 쉽게 받는다.
최근 유명한 식당, 맛집을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들이 '짜고 치는 고스톱'임을 밝힌 다큐멘타리 '트루맛 쇼'가 작은 파장을 일으켰는데, 사실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 모든 방송 프로그램들은 피디, 시청자의 시선에서 구성되는 것이다. 완전히 대놓고 조작하느냐 교묘하게 조작하느냐에 차이가 있을 뿐... 뉴스에 등장하는 인터뷰들을 보라. 대개 마이크를 갖다 대기 전에 이미 듣고 싶은 얘기가 있는 것이고, 그런 얘길 들을 때까지 인터뷰를 하거나 아님 원하는 발언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트루맛쇼를 보면서 분개하는 사람들은 좀 화를 가라앉히고 방송이라는 제도의 속성을 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요즘 매우 자주 보게 되는 의학 정보 제공이나 '명의' 탐사 프로그램에도 그런 의심의 시선을 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정한 질병 치료에 탁월한 업적을 낸 명의들이 맛집처럼 드러 내놓고 가짜이기는 힘들다. 동료들이나 환자들, 시청자들에 의해서 검토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황우석 같은 경우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 경우는 그가 과학정책의 권력 핵심부에 있었기 때문에, 또 워낙 연구하는 집단 자체가 적은 기초 연구였기 때문에 그런 리뷰를 피할 수 있었다).
질병, 의학, 명의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만들어 내는 세계는 좀 더 엄밀하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그런 프로그램들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하다. 현대 과학, 의학은 음식의 영양이나 효과, 질병의 원인이나 치료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며, 그런 조언을 따를 때 당신은 좀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실증주의적 과학관이 전파되는 것이다.
그 반대 쪽에 있는 견해들은 - 생태주의, 환경주의, 통합주의(?) 등으로 표현할 수 있을.... - 쉽게 듣기 힘들다. 때론 그런 견해들마저 '대체 의학' '새로운 건강 정보' 정도로 가공되어서 전달되니까.
[어디 영양학, 의학 뿐이랴. 심리학, 교육학, 뇌에 대한 연구 등도 마찬가지...]
인간은 자신의 몸과 환경 (세계, 생태계, 역사...)에 대해서 좀 더 겸손할 필요가 있다. 내면과 환경을 보면서 성찰할 시간을 더 가져야 한다. 하지만 저 많은 굶주린 채널들, 각종 정보 전달 매체들은 지금도 방송거리, '콘텐츠'를 달라고 아우성이다. 추세를 좇아가보면 더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텔레비전도 그러할진대 아닌 스마트폰을 통해서 전달되는 정보들은 더 단순명료해야하고 분명해야 한다. 실증주의에 기초한 단순화된 지식, 정보, 콘텐츠들이 생각할 여지를 잠식해 들어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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