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다. 강당에서 '그런 식'의 집단 교육을 받은 건 예비군 훈련장 이후로 처음인 듯. 아니... 독일에서도 비슷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군. 요식업 아르바이트를 하려면 받아야 하는 위생 교육... 그런 식의 '관(
官)'에서 주관하는 교육은 어디에서나 분위기가 비슷하다. 군대에서 정기적으로 받아야 했던 '교육'도 그렇고... 학교 '교육'도 대개 그렇고. 대학에선 좀 달랐지만 그 중에서도 '교양필수' 과목 분위기는 '관(
官)'주도 교육이 풍기던 그 냄새에 가까웠던듯. 의무, 필수... 모두 계몽을 목적으로 하며 정답이 있는 교육들이다. 생각해 보면 주일학교 교육에서도 그런 냄새가 난다. 대학부 시절 가졌던 성경공부는 토론식이서 나름 재미를 느꼈던 것 같은데, 그 이전엔 주입식에 가까웠으니까. 여하튼 입식 공부, 계몽을 목적으로 하며 정답을 듣길 원하는 교육에 대한 거부감은 뼛 속 깊이 새겨져 있는 것 같다. 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국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는 점이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으면서도카리스마 있는 선배, 어른을 좋아하며 나도 그런 사람이 되려고 애쓴다.
여하튼...
그래도 오늘 교육에서 얻은 게 없진 않은데... 그 중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선녀와 나무꿋'에 대한 재해석. 사슴을 구해 준 나무꿋에게 사슴이 선녀 옷을 훔치라고 했고 그 일로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그런, 그렇고 그런 '스토리' 아니던가. 강사의 문제 제기. 선녀의 입장을 생각해 보라는 것. 사슴은 왜 지가 입은 은혜를 당사자 의사도 묻지 않고서 선녀를 통해서 갚느냐는... 선녀의 인생(?)은 도대체 모냐고... 흠. 틀린 얘기가 아니다.
p.s.) 강사는... 흠... 크게 나쁘진 않았는데, 뒷줄부터 지목해서 질문을 던지는 모습이 '별로'였다. 질문할 대목이 되면 긴장감이 도는 것도 그렇지만, 언제까지 그런 지목질을 당해야 하나... 노인대학에서도 그럴까.... 더구나 오늘은 지목당하지 않아도 여기 저기에서 의견을 쉽게 꺼내는 분위기였기에 더 아쉽다. 기를 쓰고 말하지 않아도 인정해주는 한국의 문화가 편할 때도 있지만 (독일에선 찾아 볼 수 없는...), 그건 말을 쉽게 꺼내기 힘드는 문화라는 뜻이기도 하다. 역시 모든 걸 한꺼번에 가질 수는 없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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