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일 화요일

신우회 모임에서 "장애인과 교회"라는 주제를 다룬 책 이야기를 나누다. 장애인을 위한 접근이 아니라, 장애인과 함께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핵심 테제인 듯. 분리가 아닌 통합지향적 접근... 책에서는 교회가 취해야 하는 구체적인 태도들, 프로그램을 얘기하고, 장애 유형이 다르니까 그에 맞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해야 한다.  또 참석자들은 모범이 되는 사례가 없는지 얘기한다. 그런데... 어디 비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어디 똑 같던가? 시각장애인이라도 다 같던가? 장애 유형이라는 범주로 그들을 묶었을 때.. 그들들 간의 차이는 어떻게 다룰 것인가? 인간을 이런 저런 방식으로 유형화해서 그 유형에 따라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유지하는 것? 예를 들어 비장애인을 성격에 따라 네 가지 그룹으로 나누었다고 치자. 각 그룹별로 모임도 따로 갖는다? 시각장애인들은 나이, 성별, 성격 등은 무시하고 단순히 시각장애라는 특징만을 고려해서 한 집단으로 다룬다? 연령별, 성별 그룹화는 어느 정도 관철되고 있는 것 같다. 장애는 그런 널리 관철된 구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다른 그룹인 것이다. 여하튼... 너무 복잡하다. 프로그램 중심으로, 정체성을 세분화해서 접근하는 일은... 그냥 모두를 어디로 튈 줄 모르는 내면적 복합성을 지는 인간으로 보고 거기에서 출발하면 되지 않을까? 비장애인은 정말 장애가 없을까? 따지고보면 남들과 다른 특징, 남들보자 못한 면들 몇 가지씩은 다 가지고 있지 않은가. 도대체 어느 정도로 달라야 장애인가?

여하튼 이웃을 돌아보기에 현대 교회들, 특히 대형교회들은 너무 복잡하고, 개인사는 너무 분잡하다. 내 문제 해결에 급급해서 도대체 남에게 시선을 줄 시간 자체가 없는 것이다. 장애인과의 통합이 문제가 아니라 비장애인, "정상인"들끼리도 서로 통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내 삶이 피폐하고, 복잡하고, 다사다난하니 장애, 비장애를 떠나서 도대체 내 이해관계와 엮이지 않은 이웃들에게 내어 줄 내 마음 속 공간, 시간이 없는 것이다.

더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 일이다. 돈을 좀 포기하더라도 더 많은 시간을 가지려고 애를 쓸 일이다. 그 시간을 좀 유용하게 쓸 일이다. 시선을 멀리 두고 좀 넓은 범위의 이웃, 생명에게 관심을 주고서 좀 더 따뜻하고 풍성하게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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