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6일 수요일

독일이 사회적 시장경제, 자유질서주의, 질서정책(Ordnungspolitik) 등을 읽다가 필이 꽂혀서 갑자기 독일 과학정책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찾아보기 시작했다. 경제에서 시장경제, 시장의 자율성을 원칙적으로 강조하면서 국가의 적극적 역할도 인정하는 지향이 과학에 대해서도 적용된 것 아닌가 해서... 물론 2차세계대전 이후 경제 및 사회질서의 핵심 원칙이니만큼 과학 관련된 정책에서도 그 영향이 있겠지만, 사실은 그 이전에 이미 형성된 특징으로 봐야 할 것 같다. 19세기, 20세기 초반을 거치면서 형성된... 바이마르 공화국...
과학의 내적 작동 메커니즘은 민주주의와 비슷한 면이 있다. 하지만 독일의 사례를 보면 민주주의와 과학은 반드시 병행발전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물론 반민주주의적 정권이 과학의 독립적 작용, 민주주의와 유사한 내적 메커니즘을 억압할 수는 있지만, 민주주의적 정권 대중의 견해라는 이름으로 역시 과학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학의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과학자들은 사회적 인정, 신뢰를 얻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뛰어난 업적을 내야 한다. 여기에서 업적은 세계적인 인정 획득 같은 것일 수도 있고, 사회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업적 없이 자율성만 주장해서는 먹히지 않는 것이다. 성과를 보여줘야 간섭도 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왜? 손가락만 빨 고 연구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물질적,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서 자율성, 기능도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정치와 가까운 과학자, 과학정치가들을 너무 무시해서도 안되고, 또 무시할 수도 없다. 사실 황우석 덕분에 관련 분야 학자들은 연구비를 받고 또 그 중 상당 부분은  자율적 연구에 투입되었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문제는 균형이다 균형. 성과와 기능은 불가분의 관계다. 그것을 조정하는 방식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서구에서도 그런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한쪽으로 치우치면 다른 쪽으로 또 기울면서 그렇게 조정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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