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 중 사무실 동료가 나는 언제 화를 내는지 묻는다. 식사 중 길게 얘기하기 뭣해 예를 들어 차들이 횡단보도 정지선을 넘어서 보행자 길까지 침입할 때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러자... 독일에서 공부하신 분들은 평소에 온화해도 공중도덕에는 민감하시더라... 고 누군가 대꾸한다. 에구. 공중도덕에 민감한 '꼰대' 도덕주의자가 되어버렸다. 공중도덕을 지키거나 지키지 않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설명하려다가 그냥 두었다. 한국에서는 사회적 규범을 지키는 것에 대해서 대개 냉소적 태도를 갖는다. 법이건 일상 속에서 요구되는 에티켓이건... 사회적 규범이 권력이나 재산 등 뭔가를 더 가진 이들, 집단의 이해에 복무하는 것을 봐온 탓일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사회적 규범은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서로를 배려하고 특히 약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경우가 많다. 법은 강자의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기 위한 장치로서 기능하는 바가 큰 것이다. 그런 입장을 따르면 자동차가 횡단보도를 침입하지 않는 것을 교통 약자인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니 보행자가 차량흐름을 봐가면서 도로를 가로 질러서 가는 것은 비록 실정법 위반이긴 하지만 수용될 수 있는 여지가 훨씬 더 큰 것이다.
희한하게도 많은 경우 법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 예외적인 한국에서 '법치주의' '원칙'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사회적 규범이니까 어떤 경우에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규범의 정신을 따져서 지킬 것은 지키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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