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6일 화요일
천선영 교수의 매우 흥미로운 논문 "자살의 이유를 알아야 하는 이유: 근대적 자살 이해에 대한 사회이론적 논의" (2008).
"이 논문의 질문은 왜 자살률이 증가하는가 또는 어떻게 하면 자살률을 낮출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아니다. 궁금증의 초점은 근대사회가 자살의 이유 발견에 몰두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데에 있다. 그것은 또한 왜 어떤 역사적, 사회적 조건과 과정 안에서 자살이 점점 더 민감한 사
회적 사건이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는가 하는 질문과 관련되어 있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가 자살의 이유 찾기에 열심인 이유에 대한 하나의 사회이론적 대답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p.294f)
캬~ 멋진 문제제기다. 이런 문제설정은 자살 (혹은 넓게 보아 '죽음') 반대 쪽에 있는 주제, 즉 "생명은 어느 시점부타 생명인가?" 같은 인간의 시작 같은 질문에 대해서도 제기될 수 있고, 그 두 질문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요약하자면: 한 마디로 정치 혹은 권력의 속성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푸코 근대권력론에 기초하여서...
전통사회에서의 권력은 생명을 빼앗을 수 있는 권리를 상징했다. 그러므로 자살은 일반적으로 범죄였다. 이런 죄는 단죄를 하면 그만! 하지만 전통 권력으로부터 벗어난 근대사회의 권력은 삶을 낳고 증대하고 조직하는 생체통제권력(bio-power)이 되었다.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이 목적인 사회가 도래하면서 자살은 사회 해체를 낳고, 사회 전체의 '가장된' 안정성 유지를 위협할 우려가 있는 주범이 되는 셈이라는 것.
"특정 영토 내 전 구성원들의 안전보장을 그 이상으로 하는 근대국가 사회에서 사회 구성원들의 자살은 이제 자신의 통합 근거에 대한 직접적인 의문 제기 내지는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고, 사회는 자살의 이유와 유형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자살이 근대의 신생 학문인 사회학적 분석의 영역으로 들어간 최초의 인간 행위들 가운데 하나가 된 중요한 이유인지도 모른다." (p.307:)
그 밖에도 '자살'에 대한 이런 저런 흥미로운 얘기들이 이어지지만 생략.
10월 어떤 작은 학술 모임에서 자살에 대해서 얘기해야 하는데 더 붙이거나 뺄 것도 없이 이 견해를 소개만 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경험상 착상을 이렇게 빌어와서 머리 속에서 굴리다보면 좀 다른 방향으로 나가게 되긴 하지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