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altypus'는 베버의 사회과학연구방법론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한국어 문헌에서는 대부분 '이념형'(理念型)으로 번역하고 있어서 난 독일어로 'Ideentypus' 정도 되는 줄 알았다. 왠걸... 아마 한국어에서 '이상형'(理想型)은 대부분 '이상적인 異性像' 이나 적어도 '바람직한 상태'라는 의미로 이해되고, 베버의 Idealtypus는 그런 '바랄만한 좋은 상태'가 아닌 '어떤 사회 현상의 핵심적인 부분을 드러내기 위해서 특정한 측면을 과장해서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이념형'이란 신조어를 선택한 것 같다 (필경 일본어 문헌에서 그렇게 번역했을 것). 하지만 그 자체로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힘든 '이념형' 보다는 '이상형'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想像 혹은 抽象의 형태를 가리킨다는 부연설명이 따라야 겠지만... ). 요즘 문헌에서도 주로 '이념형'이 선호되는지 확인한 바는 없지만 오늘 우연히 읽게된 홍성기 교수의 베버 소개글에서 '이상형'이란 번역어를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기록해 둔다 (베버의 '이상형'. 현대 사회과학방법론의 기초).
본문 중 베버와 칸트를 연결짓는 구절이 있는데 흥미롭다.
"베버의 학문 방법론으로서 이상형의 도입은 그 연원을 두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그는 인식주체와 인식대상으로서 현실간의 넘을 수 없는 간극을 강조한 신칸트학파로부터 현실이란 개념 없이는 접근조차 불가능하다는 점을 배웠다. 즉 엄밀한 의미에서 다시 반복되지 않고 개별적이며 무정형적이고 무질서한 현실에 접근하는 길은 보편적이고 반복 사용 가능한 개념을 통해서, 즉 현실을 개념을 통해 구획화, 범주화함으로써만 가능하다고 보았다. 물론 인식주관과 물자체(Ding an sich)의 간극에 대한 철학적 기원이 칸트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다른 한편 개인의 자유와 의무에 대한 깊은 믿음이 있었던 베버는 이상형을 도입함에 있어서 주관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분명하게 인식하였다. 앞에서 인용한 이상형에 대한 베버의 설명에서 연구대상의 몇몇 측면에 대한 ‘일방적(einseitig)’ 강조를 솔직하게 인정한 것도 바로 연구자의 주관적 가치판단이 이상형의 형성에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말하기 위한 것이었다. 연구자의 주관적 가치판단 없이는 현실의 어느 측면도 포착될 수 없고 이처럼 피할 수 없는 주관성이 분명하게 강조되지 않으면 독자는 물론 연구자 스스로 주관성과 객관성을 혼동할 위험에 빠진다고 베버는 판단했다. 즉 연구자 스스로 자신의 연구가 갖고 있는 주관적 한계를 명철하게 의식해야 하고, 오로지 이런 경우에만 그의 작업이 분명한 학문적 의미를 부여 받을 수 있다고 보았다. 여기서 학자란, 마치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처럼, 비극적 운명을 명철한 정신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운명을 극복하는 영웅적 측면을 갖게 된다. 바로 이점에서도 우리는 주관적이지만 보편성을 지닌 미학적 판단의 이중성을 역설한 칸트와 흡사한 점을 보게 된다. 어떤 베버 연구가가 칸트는 철학자이고 베버는 사회학자이며, 두 사람의 차이점은 바로 여기서 끝난다고 말한 것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ps) Idealtypus 번역어 선택에 대해서 나와 다른 견해를 발견해서 기록해 둔다. 그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념형: M. 베버의 사회과학방법론의 기본적 개념. 이 말은 원래 G. 옐리네크에서 유래하지만, 베버에서는 규범적 의미는 전혀 가지지 않고 순수하게 방법적 개념으로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 말을 이상형(理想型)이라고 번역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베버에 의하면 <사회과학적 인식은 경험적 현실의 사유(思惟)에 의한 정서(整序)>를 목표로 하는 것이지만, <현실을 그 문화의의와 인과적 연관을 통해서 인식하는 것>을 구체적인 목적으로 한다. 베버는 기본적으로 H. 리케르트의 가치관계적·개성기록적이라는 문화과학의 규정으로부터 출발하면서 그것을 더 한층 발전시켜, 오로지 개성의 기록에만 그치지 않고 문화나 사회의 개성적 특질을 보편적 연관이라는 역사적인 형태를 통하여 파악하려고 하였다. 그렇게 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론으로 구상된 것이 이념형론이었다." (출처: 파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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