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9일 월요일

"개같은 가을이"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 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 기억의 폐수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ps) 정말이지 가을이 "쳐들어" 왔다. 더군다나 오늘은 흐리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런 시가 어울릴 정도로 우울한 날이거나 그런 기분은 아니다. '개같은' 이란  형용구를 쓸 정도는 더더구나 아니고. 그냥 한 번 가져와 봤다. 뭐, 가을을 지내다 보면 한 번쯤 이 시가 생각날 때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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