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아이돌 그룹' 같은 표현이 언제부터 '어린' 스타들과 연결되었는지 알 길은 없다. 영어 원뜻만 따지자면 - idol, 우상 -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늙은 우상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 않은가? 허나... 이론적으로만 그렇고 실제로 한국에서 '아이돌'은 '어린' 혹은 '젊은' 층에게만 부여되는 호칭이다: 대략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 20대 후반만 되어도 더 이상 '아이돌' (혹은 '요정') 세대가 아니라는 것이 한 연예인/예능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3,40대 연예인들은 그들도 '예능인'이면서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것을 방송에서 드러내지 못해 안달일 정도로... (심지어 자신이 '아이돌'이면서 다른 '아이돌'을 좋아함을 감추지 않는다. '예전'엔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이돌' 소비 메카니즘이 많아 달라졌다. 아이돌은 아이돌이면서도 - '전형적인' 혹은 '고전적인' - 아이돌이지 않기를 기대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하는 듯). 어쨌든... 한국의 '예능인들'은 '아이돌'과 '아이돌'이 아닌 이들도 양분된다. 다른 언어권에서도 '아이돌'이 '어린 스타'로 이해되는지 알지 못하지만 한국에서 '아이돌'에 대한 이런 이해는 어쩌면 우리말 "아이'들'"과 발음상 가깝기 때문은 아닐지 억측을 제시해본다 ('아이돌'의 의미론을 추적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내 느낌으론 - '느낌'이다 - '스타' 혹은 '아이돌' - 그러고 보니 '스타 -> 아이돌'이 된 것일까? - 의 연소화는 세계적 추세인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아이돌 소비 계층의 연령이 낮아지는 것과 연결시켜서 설명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어쨌든...
요즘 '아디돌'은 '기획사'가 만들어낸 '상품'이고 '행사'를 '뛰며' '회사''사장님'에게 충성해야 하는 존재임을 숨기지 않는다. 한 마디로 뻔뻔해진 것... 지나치게 돈을 밝히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자본주의 정신'이 한반도 남부에 만개한 탓인지 '돈 밝히는 것'을 이젠 '우스개'의 소재로 삼는다 (cf. '라디오스타'). '라디오스타'에선 방송이 몇 개 줄었다, 출연료, 기획사를 찾고 있는 중이라던지... 이런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얘기들이 대화 내용을 지배하기까지 한다.
예능 담론의 변화는 다른 방향에서도 추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호칭의 변화... 오빠, 누나, 동생... 이런 호칭을 '출연자'들끼리 거침없이 쓴다. 음. 이 역시 예전에 그러지 않았다. 작가 혹은 pd의 등장. 방송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방송의 일부가 된다. 혹은 시청자의 반응이 다음 회 방송에 소재로 등장한다던지... 한 마디로 방송의 경계가 무뎌졌다. 그 자체로 - 1회분 방송 - 독립적, 완성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 던졌다.
이런 한국사회 연예계/예능 담론 변화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산업역군이 된 아이돌은... 어쩌면 이른 바 'IMF 사태' 이후 한국 자본주가 더 뻔뻔해진 탓은 아닐런지... '자본주의 정신'을 덮어주던 '정'같은 정서가 사라진 것. 비정규직 문제, 양극화 심화와 예능인 담론의 '산업화'는 궤를 같이하는 현상은 아닐지... 방송과 비방송 혹은 방송의 세계(공적 영역)와 방송 바깥의 세계(사적 세계) 구분이 흐려진 것은 변화된 매체 환경 탓일 수 있다. 방송이 독점하던 영역이 좁아진 것. 쉽게 채널을 돌리고, 심지어 TV 매체 자체에 대한 인내심, 충성도가 높지 않은 시청자, 소비자들에게 자세를 낮추고, 목에 힘을 빼고 접근하는 것.
'동아닷컴' 기사를 읽은 후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78년생' - 이 경우 나이가 왜 중요한 정보인 것처럼 필자 소개에 등장하는지 묻고 싶지만 - '경영컨설턴트' 박지하씨.
"지금의 유명한 '사장님'들의 현역시절, 즉 이수만 박진영 양현석 등이 현역에서 활동하던 때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들이 데뷔할 때는 그렇게 어리지도 않았다. 물론 가수 뒤에 매니저가 있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었지만 그들은 지원하는 사람의 이미지였지 지금처럼 '만드는' 사람들로 비춰지지는 않았다.
대중가요계는 남들을 위해 춤추고 노래하는 직업이 '딴따라'라고 불리우며 괄시를 받던 시절을 지나오면서 일종의 '대중예술'이 되고 싶어했던 것 같다. 지금처럼 연예인이 선호되는 '직업'은 아니었지만, 뭔가 기존의 예술 분야의 공통점을 가지고 싶어했다. 싱어송라이터들이 가지는 뭔가 우월한 이미지는 여전히 거기에 뿌리를 두고 있을 것이다. '예술의 전당'의 무대에 서고 싶어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그래서 TV에 나와서도 '사장님' '회사' '행사' 같은 이야기는 가능한 안 하려고 노력했다. 돈 이야기가 전면에 나오는 순간 이미지가 깨지니까. 비록 예술가 이미지를 따라가려고 굳이 애쓰지 않는 댄스그룹이라도 마찬가지였다. 예술적 이미지를 차용할 필요는 없었지만 최소한 그에 반하지는 않는 것이 일종의 컨센서스였달까.
그런데 지금은 좀 각도가 달라졌다. '아이돌'이라는 기획사가 처음부터 키워낸 집단이 인기몰이를 하면서부터 '산업적 근면함'이 각광받는다. 아이돌이 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오디션을 통과했는가, 연습생간의 끊임없는 경쟁구도를 어떻게 이겨냈는가, 하루에 몇 시간씩 춤 연습을 했는가가 테마가 된다. (...)
이제 스타들은 우리와 동떨어진 천재예술가를 지향하기보다 건실한 산업역군을 지향한다. 19세기에 시를 쓰기 위해서는 천재적 시인과 종이와 펜으로 충분했다면, 이제 인터넷으로 뮤직비디오 한 편을 보기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기반구조가 필요한 것이다."
ps) '예능사회학'은 어쩌면 '우주사회학'과 더불어 이 분야 선구자로 나설 수도 있는^^ '소장 사회학자'의 블로그에서 빌려 온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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