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6일 화요일

短見

인터넷과 TV가 오랫 동안 공존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종이신문 역시 인터넷의 위력에 휘청거리고는 있지만 쉽사리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신문에 났는데...'라고만 해도 발언의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시대에 비하면 '종이'신문의 위상 추락은 극적이까지 하지만...). 어쨌든... 종이신문의 가장 큰 특징은 신문이 아니었더라면 보지 않았을 기사까지도 접하게 해 준다는 점이다. 인터넷은 자신이 무엇을 보고, 듣고, 알고 싶은 지가 분명한 세대에게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자기 관심 이외 영역을 접할 기회가 좁아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주위에 '조선일보' ('디지탈 조선' 혹은 '조선닷컴'이 아니라) 밖에 없는 탓에 꼼꼼하게 보게 된다. 그러다가 오늘 접한 기사... 특파원 칼럼인데 제목이 '유럽좌파' (인터넷으론 여기에서).
앞 부분을 인용한다.

"'20 대 7'.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중 우파 정권과 좌파 정권 비율이다. 최근 독일 총선에서 사회민주당(SPD)이 전대미문의 참패를 당하자, 유럽 언론과 지식인들 사이에서 '좌파의 몰락'이 다시 핫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4일 총선에서 그리스는 사회당으로 다시 시계추가 움직였지만 유럽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좌파 후퇴' 쪽이다.

독일 사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2차 대전 이후 최저의 득표율(23%)을 기록하며, 무려 76석의 의석을 잃었다. 개표 이후 '표심'에 대한 분석결과는 사민당 지도부뿐 아니라 유럽 정치권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전통적인 사회주의 지지층인 청년, 블루칼라, 구(舊)동독지역 유권자들이 철저히 사민당을 외면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양반 무식해도 이렇게 무식할 수가... (이 게시물 제목은 短見이라고 좀 완곡하게 붙였지만 사실 이건 無識에 가깝다). SPD가 참패한 거야 엄연한 사실이지만, 그게 독일 좌파의 몰락이라고 몰아붙이는 건 '오버'에 '무식'이 겹친 꼴이다.

한겨레 기사를 인용한다.
"오스카어 라퐁텐 의장이 이끄는 좌파당은 이번 총선에서 11.9%를 득표해 76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2005년 총선 당시 8.7%(53석)에 견주면 괄목할 성장이다. 2002년 총선에서 득표율 5%에도 못 미쳤던 좌파당은 이날 “우리가 장벽을 뛰어넘고 두자릿수 득표를 기록해 정당으로서 위상을 확립했다”고 환호했다. 좌파당은 기반인 동독 지역뿐 아니라 사민당의 ‘변절’에 실망한 전통 좌파 지지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겨레 기사는 SPD를 '중도좌파'으로 지칭하며 '좌파당'과 구분하면서 '무식'을 온천하에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자칭 '대한민국 일등신문', 부끄럽지 않은가? 적어도 아래처럼 얘기하는 연합뉴스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유럽 정치 지형에서 우파의 득세와 좌파의 쇠퇴가 가속화하고 있다. (...) '사민당의 몰락=사민주의의 몰락'이라는 등식이 반드시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사민주의 정당들이 '현대적 사민주의'라는 구호아래 섣부르게 중도로 나갔다가 정체성 위기로 역풍을 맞고 있는 것일 뿐 사민주의의 이념은 오히려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ps) 진보신당 유럽당원협의회에 실린 독일총선 '관전' 지침 (여기)도 참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