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9일 금요일

의외성, 낯설게 하기...

사진을 볼 때 (혹은 읽을 때) 얻는 효과를 '의외성'이라고 쓴 적이 있는데... 일상 속에서는 형형색색 움직임으로 인식되던 대상이나 현상을 정지된 상태, 특정 부분이 확대된 상태, 혹은 '흑백'으로 접할 때 느껴지는 낯섬, 혹은 참신함.
그림 중에도 그런 류에 속하는 것들이 있고, 아니나 다를까 그런 그림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대표적으로 마그리트의 그림. 하나만 소개하면...[The Listening Room, 1958.]



사과 모습이야 익숙한 그대로지만 그 사과가 방에 꽉 찬 모습이라... 그림을 보는 이로서는 혼돈스럽기도 하고, 도대체 무엇 때문에 낯설게 보이는지 생각해 보게 되고... 이런 그림을 통해 도대체 무슨 '철학'을 전달하려 했는지 캐려는 '오버'는 좀 참아줬으면 하지만 (화가 스스로 자기 그림에 대한 지나친 해석을 경계했다), 마그리트 그림은 이런 효과를 주는 데에서는 탁월하다. 새로운 '무엇'을 주는 게 아니라 일상을 재발견하게 하는... (푸코가 가져다 써서 유명해진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그림도...) . [브뤼셀에 '마그리뜨 미술관'이 만들어졌다는 기사를 몇 달 전에 읽었는데, 기회를 만들어 꼭 가고 싶다는...]

여행에서도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낯선 도시에 가서 이것 저것 새로운 정보, 지식, 경험을 얻어오기도 하지만 여행이 가져다 주는 효과의 핵심엔 '자기 발견'이 있다. 일상 속에서 감춰져 있던 내면의 어떤 모습이 낯선 환경에서 불쑥 튀어 나오는 그런 효과... 많은 노력, 시간, 물질을 들여서 떠난 여행에서 결국 '나'를 발견하고 오는 것... '자기객관화'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고... 최초의 '자아'는 스스로를 타자화 하는 데서 발견되고 (J.H. Mead), 그런 인식을 확장시켜서 다양한 상황에 대한 적용력을 갖춘 사람들을 대개 '어른' (성인)이라고 부른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아직 '아이'!). 낯선 상황에 있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 그런 성찰의 순간을 즐기는 사람, 자신의 새로운 모습과 기꺼이 대면하려는 사람, 그게 '청년'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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