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1일 수요일

문화 읽기: 루저(loser), 싼티, 굴욕, 찌질, 망가짐...

최근 텔레비전 문화 흐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해 하던 차에 괜찮을 글을 한 편 만났다. 하재근의... (출처).

"스튜디오 안에서 항상 성공한 사람의 모습으로 있는 신동엽은 과거의 사랑을 잃어가고 있다. 그의 재능이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다. 그는 여전히 천재적 예능감을 보여준다. 하지만 대중은 비록 어눌하더라도 루저, 싼티, 굴욕 코드에서 사람냄새를 맡으며 위안을 얻고 있다."

그런 사례로 반지하방에서 마시는 싸구려 커피를 노래하는 장기하와 TV 프로그램으로는 '1박 2일', '무한도전'등을 들고 있다. "<무한도전>도 루저와 싼티의 집합체다.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등이 ‘대한민국 평균이하’라고 할 때 시청자는 그것이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정말이라고 느낀다." 이른 바 '싼티'전략... '사람냄새'를 내기 위해서 예전 같으면 숨기는 게 미덕이었을 아픈 과거를 기꺼이 '유머'의 소재로 제공한다 (이혼, 도박...). 또 돈을 벌어야 하는 생활인으로서의 모습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뜨려면 망가져야 한다는 얘기도 자주 등장한다. 고현정이 그런 사례였고... '근엄하던' 남자 배우들도 망가져야 겨우 버텨나지 않는가. 노주현, 야동 순재 등 [예전 '최불암 씨리즈' 유행의 배경에도 이런 정서가 있었을 것이다". '무릎팍도사'는 바로 '스타' 망가뜨리기 그 자체를 컨셒으로 삼은 거고... 하재근 왈, 그 배경엔 이른 바 "2000년대 정서"가 있다는데...

"한국사회에서 2000년대를 표상하는 단어는 ‘양극화-민생파탄’이라고 할 수 있다. 민생파탄이 20대 젊은이들에게 투영된 단어가 ‘88만원세대’다. 이제 풍요로움은 없다."

반면 '신비주의'를 지키는 이들도 여전히 있다. 그런 것을 소비하고자 하는 심리는 '상수'이다시피 하니까 (장동건, 이현우...). 종합하자면 "막장적 신데렐라 코미디 판타지의 허황된 밝음과 루저, 싼티, 굴욕의 ‘찌질함’이 공존"하고 있는 것인데, "지금과 같은 출구 없는 불안, 양극화, 빈곤, 패배감 등이 이어지는 한 이 기이한 풍경은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전자는 대중에게 환상을 안겨주고, 후자는 위안과 편안함을 주기 때문이다."

뭐, 아주 기발한 발상은 아니지만 도움이 되었다. 이런 경향은 학문에 대해서도 기대되는 바가 아닌가? 황우석씨는 '소탈함''소박함'을 매개로 '민족의 영웅'으로 떠오른 것 아닌가? 요즘'대중'은 - 이게 도대체 누구인가마는... - 쉬운 얘기를 어렵게 하거나 스스로 잘 소화하지도 못한 얘기로 버벅거리는 이른 바 '전문가''학자''교수''지식인'들에겐 심지어 '분노' 비슷한 것까지 느끼는 것 같다. 좀 진부한 표현이지만... '권위주의'를 배척하는 건 좋은데 '필요한 권위'마저 서지 않는 건 심각한 문제다.황우석 논쟁, 디워 논쟁에서 보여 주듯이...
하지만 그렇다고 좀 고급스런 지식에 대한 동경이 없진 않은데 - 신데렐라 코미디와 '싼티'의 공존처럼 - 대신 소화하기 쉽도록 오물 오물 씹어서 입에 넣어주기를 기대한다. 그걸 잘 하는 대중적 지식인에 대한 열광 또한 대단한다. 대표적으로 김용옥, 진중권... 물론 이들은 예능인들과는 다르게 대중과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채널을 갖고 있지는 못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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