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30일 금요일

내용에 대한 합의/ 방법, 수단에 대한 합의

오늘 아침 조선일보에서 발견한 광고 하나가 내 왼쪽 뇌 활동을 심히 활발하게 하고 그 생각을 드러내야겠다는 욕망까지 자극하였다. 다름 아닌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단 '조직'이낸 성명선데 제목은... "정부는 국무총리 소속 '민보상위'(약칭)의 반헌법적 반국가적 활동을 즉각 중지시키고, 해체하라" 김대중 정부에서 만들어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 대한 얘기다. 기이한 일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같은 온순한 조직도 없애지 못해서 안달이던 이 정부가 '민주화운동 명예회복 및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이런 '불순한' 조직을 남겨두었다니... 우리 '자유민주주의' 수호신을 자처하시는 영감님들이 분개하시는 것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내 이 자리를 빌어서 강력히 요청한다. 우파 - 대파, 쪽파, 양파도 아닌 '우파' 혹은 '극우파' - 어르신들께서 제 명을 누리실 수 있도록 2mb는 하루속히 '민보상위'를 없애라. 그 뭐 어려운 일이라고 뭉기적 거리고 있는가. 그러니 대중들 눈치보는 '파퓰리스트'라고 욕을 먹지. 서울시장 시절 탱크를 동원해서라도 행정수도 이전을 막고 싶다는 결기를 보이지 않았던가. 바로 그런 결연함을 우리 어르신들이 기대하는 것 아닌가.

한국에선 흔히들 좌우갈등이 심하다고 얘기한다. 아니 좌우는 여전히 좀 걸끄러운 표현이라 - 좌빨, 극우보수, 이런 표현들을 대개 싸움을 걸고 싶을 때 쓴다 - 대개는 진보, 보수의 갈등 정도로 얘기된다. 전제군주나 파시스트 치하가 아닌 다음에야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가 공존하는 건 오리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박정희 시대의 그 '총화단결' '전국민 동원'에 대한 향수를 만들어 내면서까지 서로 다른 생각, 가치의 공존을 불편해 한다. 정치인들이 하나 같이 '국민의 뜻' 운운하는 게 그래서 난 몹시도 못 마땅하다. 아니 '국민'이라는 이름을 여기 저기 가져다 붙이는 것 참 거슬린다. 누가 감히 '국민'을 함부로 얘기하는가? 언제 내게 물어 봤냐고... '국민 배우', '국민 여동생', '국민 훈남'... 그런 이름을 붙이는 집단의식은 '인민 배우' '인민 과학자' '인민 영웅' 만들어 내던 그 전체주의와 근본 다를 게 없다. 물론 '국민..'은 그저 웃자는 얘기라고, 뭘 그렇게 심각하게 보느냐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발화행위는 그 자체로 현실이고 실천이다 (cf. 영화 'Die Welle'). 국민과학자가되어 버린 황모씨를 모르시오?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건 민주주의 작동의 기본원리이고, 그런 '기본'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게 바로 복잡한 현대 사회의 역량인 것이다. 하버마스도 바로 그 얘길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담론윤리'운운 하면서... 합의의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이전에 합의에 대해서 얘기하는 태도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하는 거다. 가장 전형적인 경우가 학문커뮤니케이션이다. 아주 이상화된 형태로 이해해서... 학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 장치는 현상에 대한 설명, 이론에 논쟁, 토론에 있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학문적 진술이 공유하고 있는 수단, 실험장치, 방법론에 대한 합의인 것이다.
정치는 대표적으로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지고 와서 대표적으로 싸우기를 기대하는 영역이다. 법은 정치나 기타 사회 영역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려주도록 기대되는 영역이다. 이는 '합의에 이르기 힘든 현실'을 헤쳐나가기 위해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여러 장치 중 하나이다.
우리의 '헌재'가 어제 보여준 모습은 찌질하기 그지없다. 국회에서 내린 결정에 문제가 많아서 '좀 대신 판단해 주십시오'하고 가져갔더니, 하시는 말씀...'음. 문제가 많긴 해. 하지만 니들이 알아서 할 문제야'. 밥은 드시고 다니시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삼권분립','법치', '공권력 보호',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대개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듣보잡')나 '자유총연맹'(<-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의 투사가 되시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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