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오늘도 진실은 그 어디쯤에서
이러 저리 방황하고 있을테요
그러니 어느 길목 한켠에 자리를 잡고
그 녀석을 기다리고 있노라면
적어도 한 번쯤은 만날 수 있을 것이요
진실을 만나기 어렵다는 진실!
그게 진실인데 사람들은 그 진실에 그닥 감동하는 눈치가 아니요
우연히 한 번 만난 진실을 가지고
- 얘기했듯이 누구나 적어도 한 번쯤은 그 녀석을 만날 수 있는 법이거든 -
좌판을 펼치거나 상점을 여는 장사치들
그리고 거기에 가서 진실을 흥정하는 사람들
알면서도 속고 모르고서도 속는
경제학자들의 경기예측 같은 그런 진실
진실을 만나게되는 그 순간
그 녀석은 냉큼 다른 길로 도망가 버리거든
그렇다고 진실에 대해서 얘기하는 건
죄 부질 없는 일이어서
아애 입을 닫아야 할까
아님, 어설프지만 그래도 얘기해 봐야 할까
어짜피 역사적 진공상태에서 살 수 없다면
시간 공간을 좌우축으로 삼는 좌표 위 어느 한 지점에 있는 거라면
그 순간의 진실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게 옳을 지도...
하지만 좌표가 이동하는 순간!
그 진실이 몽땅 거짓이 될 수 있다는 진실을 잊지 않은 채 말이지
무척이나 혁신적인, 심지어 혁명적인 냄새마저 풍기는 진실도
타이밍을 놓치고 뭉기적거리는 순간!
더할 나위 없는 보수반동의 이데올로기가 되어 버리거든
모든 것이 말하는대로 창조되는 시대에서
그러니끼 시작도 끝도 없이 돌고 도는
꼬리가 꼬리를 물고 또 물리는 세상에서
진실을 얘기할 때
그건 어느 한 순간, 어느 한 단면에 대한 것이거든
그것을 깨닫는 순간
진실에 대한 진술은 아이러니, 역설, 모순, 풍자, 비유, 염세주의가 될 수 밖에 없어
산문이 아닌 시로
대답이 아닌 질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