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27일 수요일

서울에 물난리가 났다. 집과 일터 근처는 평온해서 '남의 일'인가 보다 했는데, 평소 차로 이삼십분 거리이던 출근길이 세시간 넘게 걸렸다던 아내 얘길 듣는 순간! 바로 '내 일'로 해석되기 시작... 어쩔 수 없다. 주어지는 정보와 뉴스를 모두 '내 일'인양 걱정하다간 내 뇌는 처리 용량을 넘어선 정보량 때문에 이내 작동불능 상태에 빠지게 되리라. 그런 점에서 볼 때 기억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기억이 아닌 망각에 있다는 주장은 분명 일리가 있다. (기억을 통해서 다른 것들을 망각하고 이를 통해 새로 기억할 용량을 확보한다!)
여하튼... 날씨 얘긴 그냥 말을 시작하기 위해서 꺼낸 소재일 따름이고...

요 며칠 이런 저런 일들 때문에 '조금' 우울하다.
(1) 먼 곳에 남겨두고 온 일 관련해서...
(2) 한 때 뭔가 해 보려고 좀 관련을 맺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멀어진 이들의 근황과 활동을 전해들으면서 느끼게 되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반면, 생각의 다른 한 켠에선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읽었던 책 내용이 떠오른다. 직업선택에 관한 '거창고 십계명'이라는 것인데 그 중 제2계는... "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세상 일을 "내가 원하는 것/일"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일"로 구분하기 힘든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이런 건 어떤가. 내가 원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좀 부딪쳐 보니 막상 그 곳에선 나를 그다지 필요로 하는 것 같지 않다던지. 아니면 별로 하기 싫은 일인데 나를 필요로 하니 신이 나서 그 일을 하게 된다던지... 물론 거창고 얘기는 어떤 점을 더 중시할 것인가, 그 얘기를 하는 것일 테다.
내가 원하는 일을 찾기보다는 내가 필요한 곳에서 일할 마음을 먹으라는... 막상 우선순위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두면 결정을 내리기 훨씬 쉬울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그런 결정을 내리고서도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할 바엔 아애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기웃거릴 필요도 없다.
어쩌면 난 아직도 이런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도...
하고 싶은 일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겹치는 그런 분야가 있긴 한대 유감스럽게도 직업전망과는 별무상관이다. 흠... 여하튼 누가 뭐래도 난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 날 필요로 하는 곳 등을 모두 만족시키는 그런 쪽을 찾아 줄기차게 찾아 볼 테다. 어쩌면 평생 그럴 지도 모르지... 뭐, 그것 역시 그리 나쁘지 않은 삶이잖은가? O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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