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푸코(Michel Foucault)
『사물의 질서, The Order of Things, 1973』
우리가 수많은 유사한 사물들과 상이한 사물들을 분류하고자 할 때 어떤 사유 방식에 따라서 사물들을 절시화 하는지를 흥미롭게 묘사.
사유를 지배하는 질서의 법칙을 호모토피아(Homotopia)와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의 대립개념으로 서술.
호모토피아는 상이성을 배제하고 풍부한 통일성만을 확고한 기반으로 삼고자 하는 정신의 상태를 의미, 세계의 통일된 구성체를 암시하는 감추어진 소수의 단서만을 인식하려는 성향.
헤테로토피아는 어의적인 의미로 사물들이 서로 상이한 방식으로 중첩되거나 위치하고 있어 이들 모두에게서 공통되는 위치를 정의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물의 상태’, “혼란 속의 질서”[서구 사회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카오스 이론, 퍼지식 사고 등 새로운 학문적 접근은 우리가 무질서라고 생각하는 현상 속에도 질서의 법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 아리스토텔레스의 2진 논리인 ‘이것 또는 이것이 아님(A or not A)’에 기초한 서구의 이분법적 사고를 탈피하고, ‘이것과 이것이 아님(A and not A)'이라는 역설적인 논리를 받아들이는 새로운 사고의 인식을 전제]라고 사유체계를 확인가능.
하나의 고착된 사유영역에서 간과하게 되는 또 다른 사유 영역의 존재를 인식시켜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사유 체계의 다양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확장하는데 기여"
[출처] 호모토피아, 헤테로토피아|작성자 숨
푸코는 내게 해묵은 숙제 같은 인물이다. 좀 더 진득하게 붙잡고 공부를 했어야 했는데... 늘 찔끔찔금 들춰보기만 했다. 투사, 계몽가, 선구자처럼 '핫'한 하버마스보다는 '쿨'한 루만이 마음에 들긴하나 그 양반은 너무 깔끔해. 수학자 혹은 물리학자 같은 깔끔함.... 칠판 가득 각양각종 수식을 써가면서 "봤지? 니들이 잘 모르겠지만 내가 한 번 최대한 단순하게 설명해볼게. [외계어!] 그리하여... 결론은...." 이런 얘길 하는 듯한... 세상을 설명가능한 방식으로 축소하려는... 푸코는 일단 지저분한다. 루만이 보여주는 '깔끔함'이 없다. 자기 생각을 일관된 이론으로 만들 생각도 없었고, 게다가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떴다. 사람을 끌리게 만드는 철학자다운 풍모랄까 그런 게 있다. 게다가 매우 극적인 삶을 살았고...
'헤테로토피아' 이야기도 난 H. Willke 저서 이름으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사실 푸코가 써서 이미 유명해진 개념이더구만. 여하튼... "역설적인 것들의 공존하는 공간"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텐데... 요즘 상황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표현인듯. "비동시성의 동시성" 같은 표현은 이미 시간의 선후관계를 상정하고 있는 것 같아서 거림칙한 표현이 있고... "근대의 다양성" (varieties of modernity)에게도 비슷한 혐의를 씌울 수 있을 것 같고...
이제 우리가 관찰하는 다양성의 공존이라는 현상에서 뿌리나 시작을 찾고 사건의 선후관계를 찾는 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접근법이다. 근대주의자들이 그리도 붙들고 싶어하는.... "근대성의 기원은 유럽" 같은 주장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젠 그런 것 따지는 행위 자체가 아주 번지 수를 잘못찾은 고리타분한 접근이라는...
어제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기독교 근본주의자에다 극우적 성향을 가진 32세 청년이 저지른 학살이 노벨평화상을 수여하며 갈등, 분쟁 없기로 유명한 노르웨이에서 일어났다는 사실... 어쩌면 그런 게 헤테로토피의 한 모습일 지도... (물론 유사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9.11 테러 같은... 이슬람 근본주의와 뉴욕 쌍둥이 빌딩과의 조우. 아니 미국은 이미 최첨단 자본주의와 기독교 근본주의가 공존하는 헤테로토피아의 선구자 같은 존재였다).
세상은 "이것 아니면 저것" (A or not A), 즉 평화, 화해, 공존, 관용 아니면 갈등, 테러, 전쟁, 투쟁... 이기 때문에 "A 와 not A의 공존"이 위기거나 예외적 상황으로 이해되는 게 아니라 이제 "A 와 not A의 공존"이 정상적 질서로 받아들여야 할 모양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례로 유럽인들이 수용하는 한국제 팝음악 (한류?) 등을 들 수 있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