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각 장애가 있는 밍... 대학을 졸업하기 전 자전거로 타이완을 일주할 계획을 세우고 길을 떠난다. 그가 타이완을 일주하는 6박 7일 동안 만나는 여러 사람들과 타이완의 자연 풍광..."
Ang Lee 감독 영화를 제외하고 대만출신 감독 영화는 처음인 것 같다. 이 영화는 하지만 훨씬 더 대만적이다, 부정적인 뜻에서. 혹시 대만관광공사 혹은 대만항공에서 위탁한 영화가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이런 영화를 로드무비라고 하던가. 영화 만들기 쉬운 장르 중 하나일 것이다. 일단 화면을 채울 것들이 풍부하다. 여행하면서 지나치는 자연풍광으로 반 채우고, 여행 중 만나는 사람들, 새로운 이야기들 반 채우면 한 편 뚝딱. 이 영화도 볼만은 하다. 시원한 바다, 열대와 온대 중간쯤 되는 듯한 독특한 풍경 (우리나라로 치자면 제주도 풍경과 산세가 험한 동해안 풍경을 합성시켜 놓은 것 같은...). 그런데 그런 예쁜 화면엔 금새 질린다. 이야기에 긴장감이 있어야 풍경도 사는 법인데, 그러기에 이 영화는 턱없이 모자란다. 대만 경치를 자랑하기 위해서 사건들을 끼워넣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청각 장애가 있는 청년이 해안을 따라 자전거 일주여행을 한다는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인물들이 너무 평면적인 것이다. 착하디 착한 주인공에다, 그가 만나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따뜻하고,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는 인물들 뿐이다. 아, 그러고 보니 첫부분에 역시 자전거 여행을 하는 반항기 있고, 유복한 청년이 등장하고, 둘 사이 갈등구도가 살짝 보이긴 했는데, 그마저 더 깊어지지 않고 짧은 에피소드로 지나가버린다. 참, 한 가지 더, 젊은 청년이 주인공인데도 연애이야기가 없네. 그럴 '뻔한' 기회가 두 번 있었는데, 포스터 사진이 무색하게도 그냥 맥없이 끝나고 연결되지 않는다. (그런 류 러브스토리를 넣는 것이 너무 상투적이어서 의도적으로 생략했을까? Ich glaube eher nicht!)
언제부터인가 - 세상을 알아버린 이후로^^ - 이런 착한 영화를 꼼꼼하게 보기가 힘들어졌다. 더 자세히 보았다면 건질 게 분명히 더 있었을 것이다. 이 같은 경우 나는 생각할 거리, 정보, 메세지를 조금 놓치더라도 시간과 집중력을 아끼는 편을 택한다. 더 좋은 영화들 찬찬히 볼 시간도 내기 어려운 탓이다. 첸 감독과 분명히 최선을 다해서 연기했을 착한 주인공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다음엔 좀 더 좋은 영화에서 만나게 되기를...
뱀발: 기본적으로 이 블로그는 텍스트를 지향한다. '문자적 합리성'을 제대로 갖추기도 전에 이미지와 영상문화의 홍수 속에 빠져 버린 조국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웃지마시라, 나 진지하다!). 하지만 그걸 지향할 뿐 고집하는 것은 아니어서, 어울리는 좋은 그림 있으면 가끔 넣을 생각이다. 예를 들어 이 영화 포스터, 좋지 아니한가? 그러고 보니 음악도 그리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OST 하나 채집해서 연결시켜 둔다.
꼼꼼하게 볼 수 있는 안 착한^^ 영화들 추천해드릴게요 큭큭
답글삭제첫 손님. 환영함다. 가만히 보니 난 안 착하면서 알고 보면 착한 구석이 있거나, 착한 줄로만 알았는데 은근히 안 착한 그런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아. 평면적이지 않은 영화 말이지. 예를 들자면 김기덕 영화가 전자에 해당할 것 같고, 후자는, 블랙코미디라고 부르는 영화들? 제목이 딱 떠오르진 않지만. 사람을 볼 때도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은 다양한 면을 갖춘 사람들이 아닌가 싶어. 몸짱, 얼짱이 아무리 멋져 보인들, 그것만 가지고 있다면, 글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마찬가지로 똑똑하기만 하거나, 착하기만한 사람도 금방 지루해질 것야. 또, 내가 복합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건 일종의 직업증후군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사회학에서는 인간, 사회, 역사에 대한 평면적 해석을 거부하니까.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처럼 보이는 일상적인 사건, 사회적 질서가 가능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전제가 필요한 지를 보여주는 게 사회학이라고도 볼 수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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