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썩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을 사회의 단위로 보는 탓에 '근대 이후로 사회가 하나 있는데 그건 세계사회다'라고 주장하며, '공간성'엔 심드렁한 눈길만을 주는 체계이론... 기능적 분화 속에 '민족'이 '공식적으로' 들어 설 자리는 고작 근대 국가가 '민족국가'라는 정도? 지역적 분화나 민족적(national, ethnic) 분화에 대해서 루만이 언급한 구절들은 손에 꼽을 정도. 이후 슈티히베, 나세히, 얍 등이 좀 쓰긴 했지만 역시 그리 많지 않다. 아니 어쩌면 딱히 더 쓸 말이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기능적 분화을 으뜸가는(primär-) 분화원칙으로 삼는 현대사회는 중심이 없는고로 통합력이 매우 약하다. 민족은 이런 구조적 취약성을 보완해주는 '기능'을 한다 (Nassehi 1990). 혹은 여러 체계에 각기 따로 포섭되어야 하는 (Multiinklusion) 현대인들이 겪는 정체성 위기, 그에 대한 '부가적' 의미론이라는 기능도 있고 ('identitätsbildende Vollinklusion von Personen in die Gesellschaft' ibd. S.274). 하지만 통틀어서 체계이론이 민족주의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싸늘하다. 기능적 분화와 더불어 민족이 사라질 거라고 볼 필요도 없고, 민족은 기능적 분화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볼 필요도 없다 (ibd. 275).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공존할 것 (Geser 1981).
루만의 견해는 좀 더 비관적이다.
"Man kann daher vermuten, daß wir uns heute in einer Auslaufphase dieser Idee befinden, in der sie mehr Schaden als Nutzen stiftet und in der Soziologie eines jener obstacles épistémologique bildet, die auf Grund vergangener Plausibilitäten die jetzt nötigen Einsichten blockierenä (GG 1055).
"Auslaufphase"란다. 막을 내리고 있다는.. 흠. 과연 그럴까? 박물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될 'tansitorische Semantik'에 불과할까? 어쩌면 그건 루만의 희망사항일지도..
더군다나 한국이나 일본을 생각하면... 그게 결코 쉽게 사라질 수 없는 거다. [루만은 일본을 예외적인 경우로 언급하고 있다. 민족, 국가가 일치하면서 그 정도 규모를 가질 수 있는 나라가 드물다는 것 (GG 1054f). 당연히 한국도 그런 사례에 포함된다]. 특히 유럽 역사에서 '민족'은 '명백하게' 근대의 산물이었고, 요즘 EU 국가들 간 교류를 생각하면 루만의 '심정'도 이해가지 않는 바는 아니나... 민족주의의 미래에 대해선 한 마디로 결론을 내리기 힘들 것 같다. 워낙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니까.
Geser, H. (1981), Der „ethnischer Faktor“ im Prozeß gesellschaftlicher Modernisierung. In: Schweizerische Zeitschrift für Soziologie 7: 165 – 178
Japp, Klaus P. (2007), Regionen und Differenzierung, in: Soziale Systeme 13(1+2): 185 – 195
Nassehi, Armin (1990), Zum Funktionswandel von Ethnizität im Prozeß gesellschaftlicher Modernisierung. Ein Beitrag zur Theorie funktionaler Differenzierung, in: Soziale Welt 41: 261- 282
Stichweh, Rudolf ([1994]2000), Nation und Weltgesellschaft. In: ders., Weltgesellschaft, Frankfurt a.M.: Suhrkamp, 48 –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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