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30일 목요일

"철없는 것은 한국 남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도 대안적 질서를 전혀 못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 과정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일본과는 달리 우리는 아버지를 열심히 죽인다. 4.19때도 그랬고, 5.16 때도 그랬다. 1980년대에도 그랬고, 1987년에도 그랬다. 386세대가 주류가 된 요즘은 거의 매일 그렇다. 그런데 한 번도 대안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 적은 없다. ...  내 가설은 이렇다. 새로운 가치 성립에 가장 결정적인 장애물은 분단이다. 그래서 통일이 되어야 한다. 솔직히 난 북한과 이제 다시 합쳐지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신경증적 상황이 끝나려면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한다" (김정운  2007 "일본열광", 277)

"가라타니 고진은 이러한 일본어의 유연함 때문에 근대 일본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히라가나, 가타카나, 간지(한자)로 구성된 일본의 문자 체계는 세계의 모든 문화를 별다른 마찰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일본식 합리성의 원천이 된다는 것이다. ... 일어에는 표음문자와 표의문자가 동시에 사용된다. 이 두 종류의 문자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언어다. 표음문자와 표의문자는 설 의미의 전달 체계가 전혀 다르다. 표음문자는 논리로 의미를 전달한다. 그래서 논리가 간결하고 정확하다. 표의문자는 복잡하고 다의적이다. 그래서 텍스트의 해석이 더 중요하다. 동야의 텍스트는 해석하는 이 마음대로다. 두 문자 체계가 의존하는 감각 체계도 다르다. 표의문자는 시각에 의존하는 반면, 표음문자는 청각에 의존한다. ... 이렇게 다른 두 언어 체계를 어릴 때부터 마음대로 사용하는 한국인과 일본인은, 단 한 가지 감각 체계, 단선적 논리 체계에만 익숙한 서양인들에 비해 그 사고의 차원이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서양이 주도하는 시대는 조만간 끝나게 되어 있다. 인지 능력의 차이 때문만이 이니다. 노력의 차이도 너무 많이 난다. 동양은 서양에 대해서 너무 열심히 공부하는데, 서양은 동양을 몰라도 너무 모르기 때문이다" (306)

"한자 문화권에서는 '보는 것'이 강조된다. ... 일본에서는 아직도 위에서 아래로 읽고... 일본은 리더십(leadership)이 뛰어난 나라가 아니다. 팔로우십(follwership)이 뛰어난 나라다. 이 원인을 위에서 아래로 읽는 책의 편집 방식에서 찾고 싶다면 너부 오버하는 건가?"(310 - 311)

"... 일본 문화는 모든 것이 들어와 그냥 그대로 다 있다. 서로 충돌 자체를 피한다. 이렇게 일본이 모든 것을 아무 저항 없이 다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 아무것도 안 받아들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가라타니 고진은 진단한다. ... 한국은 낯선 것이 들어오면 어떻게 해서라도 그것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빔밥은 가장 한국적이다. ... 일본은... 낯선 것은 낯선 대로 그냥 놔둔다. 일본식 카레나 덮밥... 이들은 밥 위에 있는 것들을 밥과 비벼먹지 않는다. 그냥 손선대로 떠먹는다. ... 새로운 것이 들어오면 어떻게든 우리 것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늘 시달리는 한국의 미래는 솔직히 많이 불안하다. ... 한국적인 것, 한국 사람, 한국 문화에 대한 이런 종류의 강박 행동은 주변부 콤플렉스의 결과다. ... 이 콤플렉스 덕분에 그 처첨한 참화를 딛고 오늘날의 한국이 된 것이다. ... 그러나 콤플렉스와 같은 부정적 정서로 성장할 수 있는 한계는 여기까지다. ... 한 시대를 지탱하고 이끌어온 가치가 그 다음 시대에 오면 장애물이 된다. ... 한 시대를 가능케 했던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 다음 시대에 나타나는 부정적 영향은 더 커닌다. 예를 들어 근대 유럽의 눈부신 발전을 가능케 했던 계몽의 원리가 그 다음 시대에는 히틀러의 나치즘으로 나타난다. ... 한국... 민족주의적 정체성과 관련된 이데올로기는 이제 변증법적 전환의 과정에 있다. 그 강력한 발전의 힘이 이제 우리의 발목을 잡을 시기가 되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분단이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상황은 한국적 내셔널리즘의 긍정적 전환을 끊임없이 방해한다" (307 - 310)

2013년 5월 29일 수요일

1.

신우회 모임에서 술, 담배가 주제로 등장했다. 한국 기독교 주류가 갖고 있는 사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들이었다. 어떤 것을 강조하는 것이 갖는 효과 중 하나는 다른 것의 중요성을 감추는 데 있다. 한국 기독교, 아니 개신교인들의 생활 윤리적 수준을 술, 담배를 중심으로 판단하려는 성향은 다른 주제의 윤리적 중요성을 놓치게 만드는 것이다. 몇몇 유명 목회자들이 연루된 사건들 - 교회 재정 사용, 성추행, 학위논문표절 - 과 그에 대한 개신교인들의 태도를 보라. 술, 담배에 그렇게 열을 내면서 정죄시하는 교인들이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너무도 관대해지는 것이다. 한국 주류 개신교단들이 "성경의 문자적 완정성" "십일조" 등을 강조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십일조만 내면 다른 경제적 활동, 재정 사용에 대해서는 관대해지고, 성경을 문자그대로 믿는다고 고백하면 이런 저런 비합리적이고 몰상식한 태도도 용인해주는...

2.

남의 약점이나 아픈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주는 동료가 있다. 타인에 대해서 그런 발언을 할 때는 심지어 시원함이나 심지어 쾌감을 느낀 적도 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타인의 고통은 나의 행복~~ 하지만 어제 그의 혀가 내 가족과 관련된 이슈를 건드릴 때... 분노의 감정이 일었다. 물론 최대한 쿨하게 대응(하려)했고... 그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지만... 그 세치 혀를... 역설적으로 그는 매우 "신실한" 개신교인이다.  너무도 신실해서 거의 전임 교역자급 활동을 교회에서 펼치는... 평소에도 그의 혀 위에 매우 "기름진"말을 자주 올리는 그런 스타일이다. 업무 관련해서도 많은 말과 행동에 비해서 세심한 마음씀씀이가 부족해서 어려움 겪는 걸 몇 번 보기도 했는데... 여하튼 좀 안타까운 타입이다. 물론 저런 과감한 발언을 감행하는 용기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들이 있을 것이다.

2013년 5월 28일 화요일

요즘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모델로 독일을 언급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흠. 독일병, 복지병 운운할 때는 언제고... 특히 "경제 민주화" 주제와 관련해서 독일의 경험, 경로가 유익하다고 보는 것 같다. 독일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목에 힘을 좀 주려나... 물론 나와는 별 상관 없는 이야기지만... 여하튼 한국의 관심은 미래에 있다. 어떤 목표를 지향해야 하나... 내 관심은 일단 미래보다는 현재, 과거에 있다. 우리가 지금 왜 이런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또 설명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을 얘기하기 이르다고 보는 당신! 과연 현실 분석은 더 설득력있게 할 자신이 있는가? 그것도 아니면... 도대체 당신에게서 무슨 얘길 들어야 하지?
루만 책을 잠시 들춰보다 갑자기 루만의 한계에 대한 인식이 확 올라왔다. 그놈의 "기능적 분화"! 비서구 맥락에서 그 틀로 설명할 수 있는 게 너무 적어보이는 것이다. 차라리 막스 베버를 제대로 읽어보면 도움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참석한 새벽기도회...


2013년 5월 27일 월요일

비가 많이 내린다는 날... 비가 오기 전 꽃잎이 먼저 내리다...


2013년 5월 25일 토요일

오랜만에 송파도서관에 나오다. 한 동안 여기로 출근했었는데... 아니. 방학을 맞아 한국에 왔을 때 여기에 오곤 했었으니가 이곳과 인연을 맺은지 꽤 된 편이다.
오늘 여긴 매우 덥다. 에어컨을 틀지 않는 것. 물론 에어컨혐오론자인 내게 그리 나쁘지 않은 환경이다. 게다가 알레르기 여파로 요즘 콧물을 달고 사는 터라 더더욱... 문 열고 선풍기 돌아가니 견딜만하다. 오히려 문제는 무기력함이다. 점심 먹고 장을 보느라 기운을 좀 썼더니.... 몸과 마음이 다 처지는 것. 이럴 땐 그냥 노는게 낫다. "미생"이나 마저볼까... 아님 시원한 커피숍으로 도망갈까...

2013년 5월 24일 금요일

날은 덥고 졸리고... 등나무 밑에 누워서 휴식 중에...



"원근법의 발견은 시선의 주체에 대한 인식을 의미한다. 시선의 주체와 대상 사이의 거리에 따라 사물이 달라 보인다는, 시선의 상대성에 대한 인식이다. ... 관점의 주체에 대한 인식은 화가 마음대로 그림의 시선을 바꿀 수 있도록 해주었다. ... 각 개인의 관점을 포괄하는 객관적 관점에 대한 인식이 바로 근대 과학을 가능케 했다. 가상의 관점에 따라 수학적으로 사고하고 물리학적으로 관찰하는 과학적 인식이 가능해진 것이다." (김정운, 일본열광)

원근법은 시선의 주체의 발견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내가 보는 세상... 원근법의 다양성은 곧 중심의 부재로 이어진다. 시선은 탈육체화된다. 남는 것은 주체가 아니라, 관찰자, 관찰점일 뿐이다. 육체성을 버리고 추상화된다. 그런 추상적인 상상력으로 인해 서구의 근대는 공교롭게도 주체의 육체성을 벗어버린다. 원근법으로 인한 시선의 주체의 확보는 탈육체화된 시선의 주체화로 이어진다. 이런 아이디어를 극단적으로 밀고 나간 아이디어가 루만 아닐까? "관찰", "관찰자"에 대한 루만의 아이디어...

원근법으로 인한 주체의 발견... 같은 아이디어는 사실 전체 사건의 부분일 따름이다. 그 이후엔 관찰자만 남는다. 관찰자는 주체와 구별되는 개념이다.

많은 학자들이 여전히 육체적 시선에 사로잡혀있다. 주은우의 작업. 시선과 근대성. 도시의 풍경에 대한 벤야민, 짐멜 등이 작업. 루만은 시선의 탈육체화를 극단적으로 끌고간 작업이 루만이다. 루만은 줄곧 관찰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이때 관찰은 인간주체의 관찰만이 아니다. 공간적, 육체적 시선은 루만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않는다.

합리성은 대개 "문자문화적 합리성"을 이야기하는데.... 원근법은 시각의 합리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시각은 단일한 것이 아닌 것임을 알게 되었다. 이는 곧 합리성에 대한 도전으로도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한 시각의 공존... (큐비즘?)

"이성중심주의는 비단 활자인쇄에서만 드러난 것이 아니었다. 과학적 신념을 기반으로 창조해낸 르네상스 원근법에서도 잘 드러난다. 원근법은 중세의 다시점의 상징적 기법을 부정하고 단시점의 과학적 비례를 중시한 근대적 시각체제이며 시각의 합리화를 꾀하였다. 그리고 그 내부는 전통 서구철학의 인식론적 주체를 포함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외부 대상 세계의 판단의 근거는 모든 것을 안다고 상정되는 주체이며, 그의 목적합리적 이성이다. 그러나 단 하나의 눈이라고 상정되었던 시각은 아이러니하게도 시각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해 사실상 여러 개의 움직이는 시각들임이 드러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각들에 따라 판단되어 인지되는 세계는 달라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문자문화의 뿌리가 되는 논리적 일관성과 선형성과 달리, 다수의 객관성의 공존을 인정하는 영상문화가 싹틀 계기가 마련되게 되었다." (윤태진 외)


관찰, 관찰자에서 시작하는 루만의 이론은 그런 면에서 영상문화적인 접근을 지향한다고 봐야 할 지도 모르겠다. 영상 커뮤니케이션(visuelle Kommunikation)에 대한 루만의 설명이 많은 것 같진 않지만...

그러고보니 루만의 Beobachtung/ Beschreibung 구분에서... Beobachtung은 시각적이고, Beschreibung은 문자적이다...

2013년 5월 23일 목요일

(1) 편애하지 말고 비교하지 말라고 한다. 자식이든 배우자든 그 누구든... 하지만 비교를 통해서 자신의 선호를 드러내려는 유혹은 매우 강하다. 비교는 또 누군가를 책망하거나 자극할 때 매우 효과적이기도 하다. 심지어 우리는 비교의 노예가 되길 자청하기도 한다. 의식적으로 또 무의식적으로 비교하면서 절망하거나 우쭐댄다.

(2) "채찍과 당근"이란 좀 낡은 표현을 빌리자면... 채찍을 내리치려면 그전에 당근을 좀 충분히 먹여 둘 일이다. 채찍을 드물게 들더라도 그 동안 당근에 인색했다면 그 파장은 상당히 오래 간다. 대부분의 시간이 당근도 채찍도 아닌 무관심 혹은 무표현으로 채워졌다면 채찍의 여운은 더 강하게 남을 것이다.
기초학문의 위기와 취업 잘되지 않는 전공 혹은 학과의 위기는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일치하지는 않는다. 겹치는 건 대학이 과학체계와과 고등교육체계를 동시에 구현하는 조직이기 때문이고, 일치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과학과 교육이 다른 체계이기 때문이다. 학문-교육- 취업(경제)은 밀접하게 연결되어있지만 사실 완전히 다른 준거점을 갖는 체계들이다. 기초학문, 취업 잘되지 않는 학과의 위기는 사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문제가 훨씬 더 큰 충격을 가져오고 있다. 그 이유는? 한국에서 그동안 학문과 비학문의 경계에 대해서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기초학문이건 인문학이건 학문의 내적통합에 신경쓸 필요가 별로 없었다. 학문의 제도화는 대학, 정부, 기업 등을 통해서 이루어졌는데, 정부,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학에 제도화된 학문도 그동안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으니까. 왜? 실용성, 응용가능성이 높은 학문은 사회에 뭔가를 기여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취업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그렇지 않은 학문의 학과들도 졸업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고용없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그런 호시절은 과거로 남았다. 학문의 내적 통합, 즉 비학문과의 차이에 대한 성찰이 터무니 없이 얕은 터라 경제적 과잉통합으로 인한 학문의 파괴에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는 것이다.

2013년 5월 22일 수요일

오늘 커피 맛은 좋다. 샌드위치엔 역시 토마토가 들어 있어야 한다. 사무실에 혼자 있는 이 시간이 좋다. 이런 저런 음악들이 조금은 지친 그리고 우울한 내 마음을 위로해 준다. 아...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음악이 잦아들고... 그렇게 당신들의 하루가 시작된다.

2013년 5월 21일 화요일

일본의 근대화에 대한 가벼운 글을 읽었다. 근대 일본은 주체들 간의 계약으로서의 국가... 같은 개념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아주 우스꽝스러운 천황제... 일본을 통해서 조선왕조 시대가 근대적 외형을  띤 국가로 교체당한 한국은 도대체 어떤 근대를 경험한 것일까? 일본의 근대화와 한국 근대화의 관계를 좀 더 면밀히 공부할 필요가 있겠다.

2013년 5월 20일 월요일

합리성의 한계

"광주 5.18."에 대해서 북한군 침투설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나 보다. 우연히 그 양반들이 단 댓글들을 보게되었는데 의외로(!) 차분하고, 합리적으로 논지를 전개하고 있었다. "일베"류의 쓰레기 같은 언어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자신이 합리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더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황우석 사태 때 그 지지자들 중엔 매우 합리적인 사람들이 많았다. 한국 사회의 경우 많은 문제들의 원인을 합리성의 "결핍"으로 돌릴 수 있어서 "더 많은" 합리성은 일단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그것은 미봉책에 가까운 것 같다. 합리성이 얼마나 파괴적일 수 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 하버마스처럼 합리성을 도구적 합리성, 의사소통적 합리성으로 구분하는 것으로 위로와 희망을 얻을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현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오늘 아침 커피는 너무 연하다. 아니 맛 자체는  충분히 쓴데 커피는 연하다. 메론을 먹은 뒤라서 그런가... 여하튼 별로다. 날도 갑자기 춥다, 시원하기보다는... 사람이 어찌나 간사한지. 조금만 더워도 덥다고 불평, 그 와중에 좀 선선해지면 춥다고 불평... 월요일이다. 2013년 5월 20일이기도 하고... 뭐. 그렇다는 얘기다.
언어폭력은 사실 물리적 폭력에 빗대어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언어폭력을 통해서 물리적 폭력의 느낌을 실제로 얻을 수도 있다. "가볍게는" 정신과 육체가 분리되는 아득한 느낌... 좀 더 강하면...  뺨을 얻어 맞거나 몽둥이로 두들겨 맞은 느낌... 그런 "효과"(?)를 얻기 위해서 욕설을 하거나 큰 소리를 내는 건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다. "고수"들은 정곡을 찌르는 단어선택과 짓누르는 분위기 조성만으로도 효과적으로 언어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 물론 그 언어가 상대의 아픈 곳을 찔러야 폭력으로서 효과가 제대로 발생한다.

2013년 5월 15일 수요일

아침에 누군가 내려놓은 그래서 탄 맛 내는 커피를 마신다. 어제 저녁 마신 와인을 연상시키는 맛이다. 마신다기 보다는 넘긴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하지만 이런 커피가 어울린다. 요즘 내 상태에... 그러니 꾸역 꾸역 다 넘길 생각이다.  독일에 있을 때처럼 심하진 않지만 알레르기 증세때문에 괴롭다. 무엇보다 눈이 가렵다. 독일 생각하면서 이 정도인 걸 감사하련다. 단 게 땡기지만, 그리고 각종 과자류가 공용캐비넷에 구비되어있지만 참기로 한다. 바야흐로 노출의 계절 아닌가... 아내 일이 많아져서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있다. 티를 팍팍내며... 그런 경우 난 의외로 잘 수용해주질 못한다. 빨리 이 시기가 지나가고, 다시금 평화가 찾아왔으면... 아니 사실 평화라기 보단 휴전 상태에 가깝겠지. 본질적인 갈등, 문제가 해결되어야 찾아올 것이다. 평화가... 아니 진정한 평화는 지상에서 맛볼 수 없을 것이다. 평화란 그런 것이다.

2013년 5월 11일 토요일

오늘도 지면 기아 4연패. 기아의 하강세와 내 자존감, 컨디션의 하강세가 시기적으로 겹친다.

ps) 일요일 역전패로 6연패. 야구도 결과론이 지배한다. 결과가 이러니 원인을 찾아야하고 책임을 누군가에게 돌려야한다. 가장 만한한 대상은 감독. 지난해에도 그렇고 선동렬 감독은 정말 내 스타일이 아니다. 소심한 스몰볼, 선구 관리 등에 있어서도 짜증나는... 감독 중에선... 선수들 쥐어짜는 김성근 감독도 아니고... 김경문 감독이 그나마 괜찮은 것 같다. 요즘 보니 넥센 염경엽 감독도 괜찮은듯... 선 굵고, 선수들에게 맡길 때와 간섭할 타이밍을 잘 잡는... 어짜피 야구 경기를 쭉 보는 일도 없지만, 관련 뉴스도 이젠 좀 끊어야겠다. 모르지. 이러다 기아가 또 연승하면 찾아보게 될 지...

2013년 5월 10일 금요일

비가 오는 금요일. 날이 춥진 않다. 오히려 장마철처럼 끈끈한 기운이 자욱한... 사무실에 커피가 떨어진지 며칠 되었다(믹스커피는 커피가 아니므로 제외^^). 며칠 다른 차, 믹스커피로 지냈는데 오늘 아침에도 그럴 수 없어서 집에서 냉동건조거피 1회용 분을 챙겨왔다.
강하고 자극적인 쓴 커피 맛에 길들여져서 다른 차는 이제 "밍밍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내 삶이 그 맛을 요구하는지도 모르겠다. 쓴 맛은 곧 깊은 맛인가? 여운이 남는 맛인가?
술도 언제부턴가 맥주보단 포도주나 독주가 더 좋다. 깊은 맛...
글에 대해서는 시나 짧은 문장이 더 좋다.
사람에 대해서는...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고 솔직하지만 여운있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과의 대화가 좋다.

2013년 5월 8일 수요일

근대성과 관련해서 왈러스틴류의 세계체계론과 루만류의 세계사회론은 차이가 있다. 왈러스틴은 서구 근대성을 서구와 비서구의 부딪힘, 조우의 과정에서 서구 스스로가 자신에게 부여한 속성으로 이해했고 근대성 자체는 서구적 속성으로 환원될 수 없는 새로운 세계 질서에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면, 루만은 비서구라는 상대 없이 유럽 내에서 등장해서 비유럽으로 확산된 것으로 본다. 기능적 분화는 유럽에서도 비개연적이었던 진화방향라고 봤지만, 비유럽에서는 더더욱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유럽에서는 기능적 분화가 일어날 개연성이 다른 지역보다는 더 높았다.
예를 들어 미야지마 히로시는 자본주의 발생, 신분제 등에 대한 동아시아와 서양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  "동아시아 지역은... 인구밀도가 높고 그래서 그런 기계공업을 발전시키면서 노동력을 절약할 필요는 별로 없는 거지요." "전근대 시대에 신분제라는 것이 있어야 되는 제일 큰 이유는.. 사회적 분업을 조직하기 위해서... 직업도 그 신분에 따라서 아버지가 했던 직업을 아들이 자동적으로 하도록 하여... 근대사회에 와서는 ... 사회적 분업을 신분제를 통해서 조직하지 않아도 노동시장을 통해서 그 사회가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기 때문.... 중국사회에서 그렇게 일찍부터 신분제의 의미가 거의 없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큼 시장경제가 발전했고, 사회적 분업을 시장관계를 통해서 조직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 직업선택의 자유..."(미야지마 히로시) ('유교적 근대를 통해 본 한국사', 역사문제연구 제26호, 2011 중) (비슷한 내용이 담겨져 있는 한겨레신문 인터뷰는 여기]
선동렬식 야구를 "지키는 야구"라고 하는데... 그게 어떤 야구를 의미하는지 오늘 새삼 깨달았다. 지킬 것이 있을 때 잘 지키는 야구란 지킬 것이 없을 때 쉽게 포기하는 야구라는 뜻. 잘 지킬 수 없는 상태를 못 견뎌한 그는 송은범을 트레이드 해 왔다. 대신 김상현을 내어주고... 기아가 그동안 예상치 않게 타격 쪽에서 재미를 봤기 때문이다. 트레이드가 빛을 발하는 조건은 김상현 없이도 타격이 예전만큼 해준다는 것인데... 지난 두 경기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경기를 리드하지 못한 것. 물론... 야구는 결과론이다. 내일부터 점수 잘 내면 또 다른 평가를 내리겠지만... 적어도 지키는 야구는 좋게 표현하면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 리스크를 걸지 않는다" 나쁘게 얘기하면 "지고 있으면 쉽게 포기한다" 예측가능성이 높지만, 대신 극적인 재미는 찾기 힘든... 삼성시절 이걸로 재미를 봤으니... 그리고 이런 스타일을 쉽게 포기하지 않겠지만... 야구팬들에겐 매력적인 캐릭터는 분명 아니다.
"행사"를 치루면서... 그 행사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준비, 진행을 담당한 의기양양(意氣揚揚)한 쪽과 그 의기양양을 부추기는 이들... 그 의기양양함이 보기 싫었던지... 행사의 의미를 깍아내리려는 이들... 유치한 논리로... 의기양양한 쪽은 행사의 "감격"을 감추지 못해서 다음 날까지 자화자찬이다. 아마.... 시기하는 쪽도 그러고 있을 지도... 자기만족, 시기심... 그러니 인간이다.

2013년 5월 7일 화요일

100 정도 기대하는데 좀 무리해서 120 주다가 한두점 까먹는다면.... 그래도 산술적으로는 118, 119는 준 셈이다. 하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선 까먹은 그 점수가 기억에 더 강하게 남는다.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면 기대한 이상 받을 때에도 의구심을 갖게 된다. 반면에 100 을 기대하는데 80 정도를 꾸준히 주면... 아쉬움은 암지만 그런 사람에게 오히려 더 신뢰를 갖게 마련이다. 거기다 81, 82  늘기라도 하면 더 이상 고마울 데가 없다.
"오버"하다가 한두번 실수로 점수를 잃는 사람들은... 정말 "오버"하기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혹은 억지로 하거나... 억지로 하면 결국 탈이 나게 되어있다. 다만... 오보하지 않으며넛 하고 싶은 일만 골라하다보면 어딘가 빈 곳이 생기기 마련이다. 사실 80점짜리 때문에 생긴 빈 곳은 오버하는 사람들이 메꾸기 마련이다.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사람들은 억지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중적, 혹은 조울증적 행태를 비난하고, 억지로 일을 하는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사람들의 무책임을 원망한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연구팀과 사업팀이 결합되었다. 한 사무실에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받는다. 사업팀은 요란하다. 오늘도 협약식이 있어서 오전 내 부산하다. 허나 문제점이 관찰자의 입장인 내게도 보인다.  "나 지금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라고 큰 소리는 내나 디테일에 약하다. "높은 분"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사실 두 측면은  상반되어서 한 사람이 다 갖추긴 쉽지 않지만... 안타깝다.

2013년 5월 6일 월요일

연구를 제대로 하려면 질문을 제대로 제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답을 찾으려고 애쓰지 말고 질문하는 것 자체를 즐겨라, 혹은 심지어 사랑하라! 그런 "조언"들을 자주 듣는다. 뭐. 이건 경제, 산업 쪽에서 자주 듣는 얘도 비슷한 논리로 해석할 수 있다. 소위 혁신에 대한...  수요을 충족시키는 게 아니라, 수요를 만들어내라는 것... 혁신,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시... 애플과 삼성이 바로 그런 점에서 다르다는... 서두에 제기된 논리를 적용하자면... 애플은 질문 자체를 새롭게 제기하고, 삼성은 주어진 질문 속에서 좀 더 눈에 띄는 답을 찾는... 혁신, 창조는 "질문"에 있다. 연구에 대해서도 비슷한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혁신적인 연구는... 패러다임을 새롭게 만느는, 새로운 퍼즐을 제시하는 연구.  기존 퍼즐에 신선한 답을 제시하는 연구로도 중간은 간다. 문제는 분명한데 답이 모호한 경우가 그 다음. 제일 처지는 건... 무엇에 대한 연구인지, 그 자체가 불명확한 경우. 신선한 답을 기대할 수 없다. 무엇에 대한 연구인지지 불명확하다는 건, 기존 퍼즐을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 혹은 기존 퍼즐로 담기 어려운 문제의식이 있는데 그 속에서 혁신하지 못하고 매몰된 경우... 누구의 퍼즐도 아니게 된 것. 퍼즐을 새롭게 만들지 못한다면, 우선 기존 퍼즐에 충실하라! 사실 해아래 새것이 없다. 새로운 퍼즐을 내 놓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질문을 사랑한다는 것? 그건 신선한 질문이 내 놓으라는 얘기지, 이 질문 저 질문 사이에서 방황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2013년 5월 3일 금요일


릴케의 충고... 문제를 사랑하기, 문제를 살기...

"당신은 참으로 젊습니다
당신은 모든 시작을 앞에 두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기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당신에게 이런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당신의 가슴 속에 풀리지 않은 채로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인내심을 갖고 대항하는 것과
그 문제들 자체를 굳게 닫힌 방이나
지극히 낯선 말로 적힌 책처럼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은 그 해답을 구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직접 몸으로 살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부터 당신의 궁금한 문제들을 직접 몸으로 살아보십시오

그러면 먼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그 해답 속에 들어와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 길을 가다가 마주치는 모든 것들을 커다란 신뢰로 받아들이도록 하십시오
그것들이 당신의 의지에서 나올 때 즉 당신의 내면의 어떤 욕구에서
나올 때에는 그것을 미워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십시오

누구도 함께 할 수 없는 당신의 성장을 기뻐하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성장의 뒤쪽에서 처져 있는 사람들에게 친절하십시오
그리고 그들 앞에서 확실하고 태연하게 행동하도록 하고
당신의 의심으로 그들에게 고통을 주지 말 것이며
그들이 이해 못할 당신의 확신이나 기쁨으로 그들을 놀라게 하지도 마십시오

당신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사랑하고
당신에겐 친근하기만 한 고독을 두려워하는 나이 든 분들에게는
관대하게 대하십시오

이 같은 직업의 굴레로 인해 당신의 내면 가장 깊숙한 곳의
삶이 제약을 느끼든지, 그 사실을 확인할 때까지 꾹 참고 기다리십시오

당신의 고독은 당신에게 아주 낯선 상황 속에서도
당신을 위한 의지처이자 고향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바로 고독을 출발점으로 삼아서
당신의 모든 길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Rainer Maria Rilke
(Aus "Briefe an einen jungen Dichter")

Sie sind so jung, so vor allem Anfang, und ich möchte Sie, so gut ich es kann, bitten, lieber Herr, Geduld zu haben gegen alles Ungelöste in Ihrem Herzen und zu versuchen, die Fragen selbst liebzuhaben wie verschlossene Stuben und wie Bücher, die in einer sehr fremden Sprache geschrieben sind. Forschen Sie jetzt nicht nach den Antworten, die Ihnen nicht gegeben werden können, weil Sie sie nicht leben könnten. Und es handelt sich darum, alles zu leben. Leben Sie jetzt die Fragen. Vielleicht leben Sie dann allmählich, ohne es zu merken, eines fernen Tages in die Antwort hinein.
좋은 연구(논문)을 결정짓는 결정적 계기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질문을 하고, 답을 내놓기 위해서는 개념이 필요하다.  개념을 연결해서 그 관계에 의미를 부여하면 테제가 되는 것이고.

매순간 변하며 사라지는 존재를 특정한 방식으로 고정시키는 일을 '의미'가 담당한다. 의미의 틀이 개념(어휘, 단어)이고.... 어떤 개념, 어떤 틀(frame)을 선택하는가가 의미의 관계를 설정하고 이해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좋은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의미를 "잘" 포착할 수 있는 개념 선택에서 시작된다. 

개념의 노예가 되지 말고 먼저 존재의 의미를 깊이있게 바라보고 필요하면 새로운 개념을 창조해내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데... 개념은 두 손 놓고서 선택을 기다리고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개념"은 적극적으로 의미를 만들어낸다. 그런 관계를 "반성적"혹은 "성찰적"(reflexive)이라고 표현한다.

모든 개념, 테제, 이론은 사진에 빗대서 얘기하자면 스냅샷이다. 

역사는 불연속적이다. 인간존재도 순간 순간 다르다. 의미는 대개 사후적으로 주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연속성이 창안된다. 연속성을 전제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뒤죽박죽되니까.... 연속성은 요청에 가깝다. 

연속성 요청은 그 자체로 또 적극적 의미를 지닌다. 연속성에 대한 반성/성찰은 실제로 연속적인 특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의미, 언어, 개념, 이론 없이 실체는 포착조차 되지 않지만, 개념은 실체의 단면을 그것도 극히 제한적 의미만을 포착할 뿐이다. 하지만 그런 제한 과정은 다시 존재의 실체를 만들어낸다. 창조성!! 

모든 언어, 개념, 이론, 진술은 발설하자마자 존재의 배치가 바뀐다는 점에서 "구라"다.

그럼에도... 여러 구라 중에서 현실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구라(개념, 이론)을 선택하는 일은 충분히 가치있다고 얘기할 수 있겠다.

좋은 질문은... 지배적인 개념, 이론이 은폐하고 있는 현실,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줄 수 있는 질문이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유로 아직 제기조차되지 않았던 질문이다. 현실은폐적인 지배적 구라의 뒤통수를 깔 수 있는 질문이다.

그 어떤 대단한 언어, 개념, 진술, 이론도 의미의 지극히 일부만을 제한할 수 있을 뿐이다. 학문도 사실... 그리 대단할 게 없는 것이다.

2013년 5월 2일 목요일

"Gieryn(1995)은 과학과 비과학을 구분하는 본질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들 사이의 경계가 사회적으로 구성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과학(혹은 비과학)에 특정한 속성을 부여함으로써 경계를 창출하고 유지하는 담론적 귀속(discursive attribution) 등의 실천 혹은 과정을 경계작업(boundary-work)으로 개념화한다."

여하튼 과학/비과학 경계는 창출되고 유지된다는 거네. 본질적 기준은 없지만... 따지고 보면 루만 얘기도 거기에서 그다지 멀지 않다.

노동절마라톤 하프코스 완주 후기

아마 다섯 번째 참가일 것이다. 마라톤 하프코스... 준비가 가장 적었다. 10일 전에 약 10km 뛴 것이 마지막이었으니. 도무지 적절한 시간을 내기 힘든 것이다. 대신 월, 화 수영을 좀 열심히 했다. 계단도 좀 빨리 오르내리고 로아 안고서 스쿼트 동작도 좀 하고. 그런 '덕분'인지 어제 달리기 시작 한 이후 컨디션은 좋았다. 힘들지도, 다리가 무겁지도 않았으니까... 그런데 그게 좋은 신호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마라톤에서 좋은 상태란... 처음엔 다리가 좀 무겁다가 중간쯤에서 풀리는 게 아닐지... 처음부터 너무 풀린 상태여서인지 마지막엔 쥐가 올라서 고생했다.
또 한 가지 패착은 코스 운영 전략에 있었다. 이번엔 세 명이서 함께 달렸는데, 그 제안을 했던 선배가 코스를 운영했다. 그게 내 스타일과 맞지 않았던 것. 선배는 후반부에 속도를 내서 시간을 줄자고 했는데... 난 후반부에는 어짜피 체력이 급 떨어지니까 차라리 전반부에서 시간을 버는 것이 나은 편인 것이다. 혹시나 하고 선배 리드를 따랐는데... 결과는 역시나... 결국 15km 정도에서 각자 달리는 것으로... 
다음 대회는 12일에 있다. 이번에 준비를 좀 더 하고, 전략도 잘 세워서 2시간 이내로 들어오는 것을 목표로 삼을 예정이다. 
그나저나 난 달리기에 특별한 소질은 없는 것 같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싶지도 않고... 그저 틈나는대로 뛰다가 봄가을 한 하프코스 두세번 달리는 정도가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