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3일 금요일

좋은 연구(논문)을 결정짓는 결정적 계기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질문을 하고, 답을 내놓기 위해서는 개념이 필요하다.  개념을 연결해서 그 관계에 의미를 부여하면 테제가 되는 것이고.

매순간 변하며 사라지는 존재를 특정한 방식으로 고정시키는 일을 '의미'가 담당한다. 의미의 틀이 개념(어휘, 단어)이고.... 어떤 개념, 어떤 틀(frame)을 선택하는가가 의미의 관계를 설정하고 이해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좋은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의미를 "잘" 포착할 수 있는 개념 선택에서 시작된다. 

개념의 노예가 되지 말고 먼저 존재의 의미를 깊이있게 바라보고 필요하면 새로운 개념을 창조해내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데... 개념은 두 손 놓고서 선택을 기다리고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개념"은 적극적으로 의미를 만들어낸다. 그런 관계를 "반성적"혹은 "성찰적"(reflexive)이라고 표현한다.

모든 개념, 테제, 이론은 사진에 빗대서 얘기하자면 스냅샷이다. 

역사는 불연속적이다. 인간존재도 순간 순간 다르다. 의미는 대개 사후적으로 주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연속성이 창안된다. 연속성을 전제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뒤죽박죽되니까.... 연속성은 요청에 가깝다. 

연속성 요청은 그 자체로 또 적극적 의미를 지닌다. 연속성에 대한 반성/성찰은 실제로 연속적인 특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의미, 언어, 개념, 이론 없이 실체는 포착조차 되지 않지만, 개념은 실체의 단면을 그것도 극히 제한적 의미만을 포착할 뿐이다. 하지만 그런 제한 과정은 다시 존재의 실체를 만들어낸다. 창조성!! 

모든 언어, 개념, 이론, 진술은 발설하자마자 존재의 배치가 바뀐다는 점에서 "구라"다.

그럼에도... 여러 구라 중에서 현실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구라(개념, 이론)을 선택하는 일은 충분히 가치있다고 얘기할 수 있겠다.

좋은 질문은... 지배적인 개념, 이론이 은폐하고 있는 현실,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줄 수 있는 질문이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유로 아직 제기조차되지 않았던 질문이다. 현실은폐적인 지배적 구라의 뒤통수를 깔 수 있는 질문이다.

그 어떤 대단한 언어, 개념, 진술, 이론도 의미의 지극히 일부만을 제한할 수 있을 뿐이다. 학문도 사실... 그리 대단할 게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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