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것은 한국 남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도 대안적 질서를 전혀 못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 과정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일본과는 달리 우리는 아버지를 열심히 죽인다. 4.19때도 그랬고, 5.16 때도 그랬다. 1980년대에도 그랬고, 1987년에도 그랬다. 386세대가 주류가 된 요즘은 거의 매일 그렇다. 그런데 한 번도 대안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 적은 없다. ... 내 가설은 이렇다. 새로운 가치 성립에 가장 결정적인 장애물은 분단이다. 그래서 통일이 되어야 한다. 솔직히 난 북한과 이제 다시 합쳐지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신경증적 상황이 끝나려면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한다" (김정운 2007 "일본열광", 277)
"가라타니 고진은 이러한 일본어의 유연함 때문에 근대 일본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히라가나, 가타카나, 간지(한자)로 구성된 일본의 문자 체계는 세계의 모든 문화를 별다른 마찰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일본식 합리성의 원천이 된다는 것이다. ... 일어에는 표음문자와 표의문자가 동시에 사용된다. 이 두 종류의 문자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언어다. 표음문자와 표의문자는 설 의미의 전달 체계가 전혀 다르다. 표음문자는 논리로 의미를 전달한다. 그래서 논리가 간결하고 정확하다. 표의문자는 복잡하고 다의적이다. 그래서 텍스트의 해석이 더 중요하다. 동야의 텍스트는 해석하는 이 마음대로다. 두 문자 체계가 의존하는 감각 체계도 다르다. 표의문자는 시각에 의존하는 반면, 표음문자는 청각에 의존한다. ... 이렇게 다른 두 언어 체계를 어릴 때부터 마음대로 사용하는 한국인과 일본인은, 단 한 가지 감각 체계, 단선적 논리 체계에만 익숙한 서양인들에 비해 그 사고의 차원이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서양이 주도하는 시대는 조만간 끝나게 되어 있다. 인지 능력의 차이 때문만이 이니다. 노력의 차이도 너무 많이 난다. 동양은 서양에 대해서 너무 열심히 공부하는데, 서양은 동양을 몰라도 너무 모르기 때문이다" (306)
"한자 문화권에서는 '보는 것'이 강조된다. ... 일본에서는 아직도 위에서 아래로 읽고... 일본은 리더십(leadership)이 뛰어난 나라가 아니다. 팔로우십(follwership)이 뛰어난 나라다. 이 원인을 위에서 아래로 읽는 책의 편집 방식에서 찾고 싶다면 너부 오버하는 건가?"(310 - 311)
"... 일본 문화는 모든 것이 들어와 그냥 그대로 다 있다. 서로 충돌 자체를 피한다. 이렇게 일본이 모든 것을 아무 저항 없이 다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 아무것도 안 받아들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가라타니 고진은 진단한다. ... 한국은 낯선 것이 들어오면 어떻게 해서라도 그것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빔밥은 가장 한국적이다. ... 일본은... 낯선 것은 낯선 대로 그냥 놔둔다. 일본식 카레나 덮밥... 이들은 밥 위에 있는 것들을 밥과 비벼먹지 않는다. 그냥 손선대로 떠먹는다. ... 새로운 것이 들어오면 어떻게든 우리 것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늘 시달리는 한국의 미래는 솔직히 많이 불안하다. ... 한국적인 것, 한국 사람, 한국 문화에 대한 이런 종류의 강박 행동은 주변부 콤플렉스의 결과다. ... 이 콤플렉스 덕분에 그 처첨한 참화를 딛고 오늘날의 한국이 된 것이다. ... 그러나 콤플렉스와 같은 부정적 정서로 성장할 수 있는 한계는 여기까지다. ... 한 시대를 지탱하고 이끌어온 가치가 그 다음 시대에 오면 장애물이 된다. ... 한 시대를 가능케 했던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 다음 시대에 나타나는 부정적 영향은 더 커닌다. 예를 들어 근대 유럽의 눈부신 발전을 가능케 했던 계몽의 원리가 그 다음 시대에는 히틀러의 나치즘으로 나타난다. ... 한국... 민족주의적 정체성과 관련된 이데올로기는 이제 변증법적 전환의 과정에 있다. 그 강력한 발전의 힘이 이제 우리의 발목을 잡을 시기가 되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분단이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상황은 한국적 내셔널리즘의 긍정적 전환을 끊임없이 방해한다" (307 -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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