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문의 위기와 취업 잘되지 않는 전공 혹은 학과의 위기는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일치하지는 않는다. 겹치는 건 대학이 과학체계와과 고등교육체계를 동시에 구현하는 조직이기 때문이고, 일치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과학과 교육이 다른 체계이기 때문이다. 학문-교육- 취업(경제)은 밀접하게 연결되어있지만 사실 완전히 다른 준거점을 갖는 체계들이다. 기초학문, 취업 잘되지 않는 학과의 위기는 사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문제가 훨씬 더 큰 충격을 가져오고 있다. 그 이유는? 한국에서 그동안 학문과 비학문의 경계에 대해서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기초학문이건 인문학이건 학문의 내적통합에 신경쓸 필요가 별로 없었다. 학문의 제도화는 대학, 정부, 기업 등을 통해서 이루어졌는데, 정부,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학에 제도화된 학문도 그동안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으니까. 왜? 실용성, 응용가능성이 높은 학문은 사회에 뭔가를 기여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취업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그렇지 않은 학문의 학과들도 졸업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고용없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그런 호시절은 과거로 남았다. 학문의 내적 통합, 즉 비학문과의 차이에 대한 성찰이 터무니 없이 얕은 터라 경제적 과잉통합으로 인한 학문의 파괴에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는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