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0일 금요일

이 공간을 빌어서 생각을 좀 정리해 볼까 한다 (게시하지 않고 저장해 둘 수도 있겠으나 일단 게시하고 나중에 또 읽으면서 고치려고 한다. 아무래도 게시를 해야 내용을 개선해야 한다는 압력을 더 느낄테니...)

내가 '개인'에 대해서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자율적으로 사고, 판단하고 그에 기초해서 행동하는 개인들이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이다. 자율과 연대! 다양성과 조화!
하지만 현대사회는 개인 중심으로만 이해할 수 없다. 사회의 많은 영역, 사회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많은 일, 사건은 개인의 차원이 아닌 사회체계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사회체계의 관계, 인간과 사회체계 간의 관계를 고려하면, '자율성을 누리면서 서로 연대하는 개인들'이라는 상황이 얼마나 이상적인지, 그리고 그런 상황을 사회 전체로 확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금새 드러난다. 현대인은 홀로 있을 때, 혹은 좁은 범위 내에서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 자율성을 누릴 수 있을지언정, 그의 생활이 대부분의 영역에서 그가 어찌 해 볼 수 없는 집단의 논리, 조직의 논리, 체계의 논리에 휘둘려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인이 본원적으로 갖게되는 불안, 갈등, 불활실성의 원천은 바로 여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사회학 개념을 빌리면 사회통합(social integration)과 체계통합 (system integration)의 분화, 상호작용(interaction)과 사회의 분리 등등.
개인은 그 두 통합 체계 사이에서 끊입없는 선택의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자유와 불안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자유도 얻고, 안전도 최대한 확보하려는 게 현대인들의 욕심이고 욕망이다. 사실 최대한 안전하게 자유로우려는 이 현대인의 과잉 욕망과 욕심을 채워주려고 모두 저 난리들인 것이다. 욕망, 기대치를 채워주겠다는 약속은 또 다른 욕망, 기대를 낳고... 낳고... 낳고... 그 욕망(안전과 자유)을 채우기 위해서 근대의 기초를 놓은 유럽인들은 그 때까지 알려져 있지 않던 땅까지 정복해서 착취했고 (소위 '신대륙', 요즘엔 '남극'까지...), 그 후손들은 동식물, 자원을 착취하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후손과 지구에 거주하는 다른 생명의 몫을 착취하고... 하지만 욕망과 기대치는 계속해서 높아지기 때문에 (Anspruchsinflation), 만족을 모르는데... 그것을 만족시키려고 체계들은 열심히 확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즉, 개인의 요구의 증가와 체계의 확장 경향은 서로를 부추기면서 파국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다.  (일단... 이런 견해는 현대사회가 사회전체에 대해서 특정한 기능을 수행고, 서로에게는 특정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체계들로 분화되어 있다는 그런 관점에 기초한 것이다. 현대사회를 기능적 분화된 사회로 볼 때 일단 배제되는 시각은 경제 결정론이다. 모든 문제의 근원을 경제, 특히 자본주의적 경제에서 찾는 경우...)

각 체계는 할 수 있는 것을 극대화하려는 성향이 있다. 연구할 수 있다면, 새로운 연구가 가능하다면 그것을 끝까지 하려고 하고... 이윤추구도 마찬가지고... 기업들은 돈을 벌 수 있다면, 구멍가게라도 접수하려고 하고... 정치는 권력을 얻으려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 먹으려 하고... 사랑은 또 어떤가? 극단적으로 사랑하게 되고... 종교는? 종교세력을 확산하려 한다. 매스미디어는 흥미를 끌고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사건들은 어떻게든 보도하려고 한다. 의료체계는 치료할 수 있는 질병들을 다 치료하려고 하고... 각종 조직은... 조직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착취하고...
[이런 진단이 사실이라면 '경제'특히 자본주의 경제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시각은 한계가 있다. 물론 돈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만은 사실이긴 하다. 결국 보상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이루어지니까. 매스미디어... 스포츠... 등등.

극대화하려는 경향은 필연적으로 체계 간의 갈등을 일으키고, 사회 전체의 파국, 심지어 지구 생명체 전체에 위협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시급한 것은 체계의 경계를 정해주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체계를 달래가면서 지속하게 만드는 것...
물론 나름 똑똑한 인간들, 성찰하는 능력을 가진 인간들은 (혹은 체계들은) 그렇게 당하고만 있진 않다. 체계들의 확장경향을 통제하는 여러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한 체계가 확산하는 경향이 너무 강해서 다른 체계의 재생산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려는 경향을 막는 장치들이 마련된다. 그런 확산하는 경향력이 강하고  실제로 확산하는 힘, 영향력으로 다른 체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체계들을 막아서, 그 체계들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재생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일들을 막거나 예방하는 장치들이 만련되는 것이다.
사회의 많은 논의들이 대개 이 언저리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경제를 달래고 한계를 정해주는 일... 그래서 지속가능한 체계유지를 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유일한 희망인가? 이렇게 위태위태한 균형상태, 평형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체계들을 달래가면서 기능적 분화 상태를 유지하는 것 말고는 도대체 어떤 대안이 있을 수 있을까? 전부 다 산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농사를 지으면서 자급자족하지 않는 이상...

과학체계에 대해선... 이는 우선, 과학의 한계를 정하는 일에 대한 것이다. 즉, 한 편으로는 과학의 연구 욕심, 확산 경향이 다른 체계 혹은 인간을 착취하는 경향을 막으려는 것이다. 동시에 정치 혹은 경제 등 다른 체계 혹은 개인들이 과학을 악용 혹은 그 경계를 침범하면서 '정상적' 과학활동을 망치는 것을 막는 일이다.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서? 일단 동료심사, 윤리위원회 등 각종 자기규제 장치들이 있고, 혹은 좀 더 공식적인 장치들로는 헌법, 여러 관련 법들이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