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6일 목요일

클래식 음악 중에서 피아노나 첼로 등 하나의 악기가 연주의 중심이 되는 곡을 좋아하는 편이다. 왜 그런가 생각해 봤더니... 여러 악기들이 동시에 소리를 내는 음악의 경우, 그 소리들이 섞이면서 각 악기의 고유한 소리를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인 것 같다. 
바흐 첼로 조곡을 헤드폰으로 좀 크게 듣다보니 - 옆 자리에서 전화통하화는 소리를 몰아내려고... - 연주자의 왼손 모양, 오른손 모양 그리고 전체적으로 연주하는 자세까지 그려 볼 수 있는 것이다.  연주하는 사람의 모습이 그려지니 소리가 매우 인간적으로 들리게 되고... 교향곡 같은 걸 작은 스피커를 통해서 듣게 되면 아무리 연주 자체가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그 소리에서 대단한 감흥을 얻기란 어렵다. 역시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은 사람이 하는 연주는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는 게 최선이고,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그런 효과를 최대한 얻을 수 있는 연주 장르나 청음 방식을 고민해 봐야 하는 것이다.
예술작품에서 작가, 작자, 연주자의 흔적을 찾길 좋아하는 내 성향은 미술작품에 대한 취향에서도 발견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서 난 물감을 아끼지 않고 덕지덕지 칠한 유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화가가 붓을 놀린 자국을 확인할 수 있는... 그런 그림일수록 실물을 볼 때와 인쇄물로 볼 때의 차이가 큰 편이다. 그렇지 않은 평면적인 그림들은 실물을 봐도 특별한 감흥을 느끼기 힘들다. 동아시아 미술 전통의 수묵화가 그런 경우다. 물론 여백을 넓게 쓰면서 간결하게 그런 어떤 수묵화에선 - 역시 내가 좋아하는 - 매우 모던한 정취를 느낄 수 있긴 하다. 미니멀리즘... 절제의 미... 그런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수묵화는 너무 평면적이다.사람 냄새, 고뇌의 깊이를 느끼기 힘든 것  

언젠가 다른 글에서 소개했던 내용인데..

„우리 전통 회화에 강렬한 명암대비와 이에 기초한 실존적 불안의 이미지를 보기 어렵다는 점은 그만큼 우리에게 근대가 늦게 다가왔음을 시사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주헌, 지식의 미술관 , 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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