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9일 수요일

최근 조직의 인사, 평가, 연봉, 리더십, 직제개편 그리고 선거 등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직간접적으로 겪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원칙이나 작동 원리와 실제 물밑에서 오고 가는 행위들 사이엔 큰 차이가 있었다. 어느 사회, 어느 조직에서나 비슷한 현상이 관찰될 것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그 차이의 정도나 심각성에 있겠지. 그 차이가 적을수록 선진사회, 제대로된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언행일치'란 표현이 있지만 그보다는 '정명'正名이나 '명실상부'名實相符 가 더 강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이야기들은 모두 유가에서 강조하는 이야기니, 사실 한국에서 공자를 죽여야 나라가 사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인듯. 죽여야할 공자는 '명분'名分만 내세우는 그런 공자일테고... 오히려 서구의 근대화는 정확하게 명실상부'名實相符를 지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리주의... 서구의 근대성 형성에 동아시아의 유교가 (혹은, 불교도?) 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건 유가 가르침에 내표되어 있는 실용주의, 현실주의, 합리주의적 요소를 가리키는 이야기일 것이다. '명'과 '실'이 따로 놀고 '명분'만이 남는 그런 유가사상의 폐해가 조선왕조의 몰락, 나아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적 유교 전통이 근대로 이어지지 못하게 된 원인일 수 있을텐데, 그런 나쁜 습관은 서구 중심 근대화의 틀을 수용하고 난 지금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서구적 근대성 중심으로 짜여진 틀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겉모습, 즉 '명'만을 취하고, '실'은 다른 내용으로 채워지는... 명과 실의 괴리! 스스로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모르고 내뱉는 저 많은 이야기들.... 구조적으로 미끄러지는 (structural drift) 명과 실... 그 간극을 줄이는 일이 중요한 과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