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8일 화요일

통합: 사회통합, 체계통합

요즘 '통합'에 대해서 쓰고 있다. integration! 통합은 크게 체계통합과 사회통합으로 구분할 수 있다. ('생태적 통합'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1) 통합은 동등한 위치에 놓여 있는 단위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체계통합). 동등한 차원에서 존재하는 단위들 사이의 구분이 없어진다면 그건 융합(fusion) 혹은 동화(assimilation)다. 통합은 단위의 정체성은 유지하되 다른 단위와의 관계 때문에 그 단위가 선택할 수 옵션들이 줄어드는 상태에 대한 것이다 (자유도의 축소).
이런 통합 정의를 엄밀하게 적용하자면 사회통합의 반대인 탈통합(disintegration) 상태는 한편으로는 한편으로 단위들이 아무런 관계 없이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상태를, 다른 한편으로 완전히 융합 혹은 동화되어서 단위들을 더 이상 구분하기 힘든 상태를  가리킨다. 하지만 탈통합이라면 대개 전자를 가리키고, 후자에 대해선 대개 '과잉통합' 같은 표현을 쓴다. 통합 자체는 대개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긍정적 상태, 즉 요소들 간의 적절한 결합보다  결합 정도가 약한  경우에 '탈통합' 혹은 '해체'로 표현하고, 적절한 결합보다 결합 정도가 강한 경우엔 '과잉통합'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 요소들 간의 결합력 +

탈통합, 해체 < 통합 < 과잉통합

(2) 통합은 어떤 한 단위가 그보다 더 큰 단위의 활동에 적절하게 참여하는 상태를 가리키기도 한다 (사회통합). 이는 포함, 포섭 (inclusion)이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개인이 어떤 조직이나, 공동체에 통합되는 경우 말이다. 예컨대, 외국인이 한국사회에 통합되어야 한다는 것. 문제는 이런 표현들이 가리키는 '한국 사회'가 도대체 무엇인지, '한국사회'라는 단위가 매우 불분명하다는 데 있다. 여하튼... 특히, 이런 경우에 통합은  '동화'의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 개인과 상위 단위의 사회체계들 간의 관계

독립, 배제, 해체, 탈통합 < 통합(포함, 포섭) < 과잉통합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서 체계에 굳이 통합되지 않아도 되는 경우 (예를 들어 부자들과 경제체계)와 체계에 참여할 수 없어서 배제되는 경우는 (예를 들어 빈민들) 같은 카테고리로 묶일 수 있다.

(3) 사회는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고, 어떤 요소를 중심으로 사회를 보느냐에 따라 우리는 사회에 대한 매우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이는 통합에 대한 이야기에도 적용된다. 통합의 대상이 되는 요소들이 어떤 수준, 차원이냐에 따라 매우 다른 그림이 그려질 수 있는 것이다. 개인 간의 통합인가, 조직 간의 통합인가, 사회의 기능체계들 간의 통합인가, 아니면 개인과 조직 간의 통합인가 등등. 이런 다양한 통합 (탈통합이나 과잉통합을 포함한...) 양상들의 관계는 그야말로 복잡하다. 현대사회 복잡성을 보여주듯이... 어떤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기능하는 통합이 다른 차원에서 보면 부정적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특히, 사회통합 차원에서 이 문제는 더 복잡한 것 같다.

(4) 반면에 체계통합은 좀 단순하다. 체계들 간의 관계는 적절하게 통합되는 게 가장 좋다. 지나치게 독립적이어도 곤란하고, 한 체계가 다른 체계들을 먹어삼키려 드는것도 좋지 않다. 적절하게 긴장을 유지하면서 협력하는 상태가 가장 좋다. 그러니 체계들 간의 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면 체계들의 관계는 요동이 좀 있더라도 쉽게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 최근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발도 그런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본주의 경제체계가 다른 체계들을 좌지우지하는 경향에 대한 반발...

(5) 물론 현대사회는 매우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는 체계들로 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전체적으로 조정하는 그런 통합메커니즘은 존재하기 힘들다. 그러니 체계들 간의 통합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루는 일은 어떤 체계 간의 관계에 대한 것이냐를 구체적으로 설정한 연후에야 비로소 이야기될 수 있다).

(6) 체계통합의 어려움을 가져오는 또 다른 이유는 체계가 준거로 삼는 수준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가 차원을 주된 준거 수준으로 삼는 정치체계와 세계적 차원에서의 재생산을 지향하는 과학체계는 지향 수준의 차이 때문에 적절한 통합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런 이유에서 체계 간의 통합을 조정하는 방식은 필연적으로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정치와 과학체계의 통합 메커니즘은 대표적으로 인권, 개인주의 등이다. 물론 이 밖에도 다양한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준거하는 차원의 다름이 문제가 될 때 이를 조정하는 메커니즘이 그렇다는 말씀. 체계 간의 적절한 통합을 위해서는 다양한 체계통합 메커니즘 간의 균형이 중요하다.

(7) 사회통합의 경우엔 체계통합보다 훨씬 더 복잡한 것 같다. 이를 교통정리하기가 쉽지 않은 것. 모든 통합이 긍정적인 것도 아니고, 어떤 통합을 위해서는 탈통합이 전제되어야 하기도 하고... 그러니 이 역시 사회통합 간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길 할 수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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