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km를 뛰다. 기록에 특별히 관심을 가질 이유는 없지만, 기록은 그 자체로는 참 지루하고 괴로운 일인 달리기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끼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오늘 기록은 약 56분. 가장 좋은 기록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오늘은 유독 힘들었고 그래서 중간 중간 뛰다말고 걷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기록이 나올 수 있었을까? 내 해석은... 아무래도 런닝머신 위를 달리면서 평균 속도를 높였고 그 속도감이 몸에 붙었다... 정도? 내가 힘들다고 느끼는 것과, 실제 내 몸이 달리는 속도는 서로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이런 게 연습의 힘일까? 내 심리적인 상태나 판단과 상관 없이 몸이 반응하고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
야구에 대해서도 비슷한 얘길 자주 한다. 특히 타격 폼을 바꾸거나, 투수가 새로운 구종을 익힐 때... 자꾸 던져서, 그리고 자꾸 반복 연습하면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이야기를 '케이팝스타'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는 박진영씨도 이야기한다. 연습을 열심히 하고, 이런 저런 단점을 보완하려고 애쓰되, 무대에선 그 모든 것들 잊고서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그가 전하고 싶은 얘기는 아마도... 연습을 철저하게 해서 그런 점들을 몸에 익히라는... 체득하라는... 습관으로 만들라는... 그래서 의식하지 않더라도 발현되게끔 만들라는... 얘기일 터. 연습이 부족한 사례는 어쩌면 케이팝스타 참가자 박지민의 생방송 진출 자격을 얻기 위한 마지막 무대. 긴박한 상황에 처하게 되니까 예전에 지적받던, 그리고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생각하던 나쁜 습관이 나온 것. 어른스럽게 꾸미는, 누르면서 끌어올리는 발성...
위기상황에서 그 사람의 본심이 나오고, 본질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평상시엔 누구나 어느 정도 자신의 본질을 감추고서 꾸밀 수 있으니까... 그 위기상황에서도 '내가 지향하는 나', '내가 원하는 나'가 드러날 수 있게 하려면 철저하게 훈련하고, 연습하는 수밖에.. 몸에 익어서 의식하지 않아도 발현될 수 있게끔... 인간으로 태어나서 인간답게 살려면 자기 규율, 자기 관리는 피할 수 없나 보다. 그런 것까지 포기하고서 정말 자유롭게 살려면 인간으로 인정받겠다는 기대를 포기해야지... 조영남씨 같은 경우가 그런 삶에 좀 가까운 듯... 그이만큼이라도 자유롭게 살 자신이 없다면, 다른 길 없다. 그냥 자기 검열, 자기 규율, 훈육하며 좀 더 좋은 모습이 나오도록 자신을 가꾸고, 꾸미고, 만들어 가는 수밖에...
여하튼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런닝머신에서 속도를 높여 가면서 속도감을 체득하고, 밖에서 뛸 때는 적용되는지 확인해 보고...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