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불편하게 하거나 때로는 심지어 '분노'의 감정을 유발하는 견해 혹은 접근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면...
1) 결정론! 현대 사회의 복잡성을 정치, 경제, 미디어, 기술 등 한 두가지 요인이나 힘을 독립변수로 삼아서 설명, 해석하는 접근. 마르크스주의의 경제결정론이나 페이스북, 트위터가 세상을 바꿀 것처럼 떠벌이는 미디어 결정론... 근본주의적 성향의 종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2) '표피'만에 대한 설명 (문화결정론?)! 깊든 얕든 어떤 현상 이면엔 역사적, 구조적인 차원이 있는 법인데, 그런 관계를 깊이 고려하지 않고 드러나는 모습만을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떠는 경향. 소위 '문화'에 대한 대부분의 담론이나 연구, 혹은 포스트모너니즘을 달고 나오는 많은 견해가그런 입장을 취한다.
3) 깊은 성찰없이 단어, 개념, 이론을 유행처럼 가져다 쓰는 경우.
4) 그 반대의 극단에 있는 경우인데, 번역어 혹은 외국 이론을 쓰는 경우 원어, 원문, 원전의 의미를 신성시하다시피해서 한국어 번역어나 번역문의 잘잘못을 따지는 경우.
5) 연구나 사고의 대상을 성스럽게 여기는 경향을 '훈고학'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칸트, 헤겔, 베버, 하버마스, 루만, 지젝, 혹은 공자, 노자 등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저작을 경전처럼 모시면서 조심스럽게 주석을 다는 그런 작업들. 그러다가 그런 학자, 인물에 사랑에 빠져서 그들을 성스러운 존재로 격상시키기까지... 가장 역겨운 짓거리 중 하나. 성서, 불경, 꾸란 등 종교 경전에 대해서 성찰적 거리를 두지 못하고 문자주의적으로 접근하는 태도 역시 이런 관점에서 비판될 수 있다.
6) 역사의식 결여! 훈고학에 빠지는 경우는 대개 자기의 현재 입장을 역사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상대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탓이다. 역사적 맥락, 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텍스트 그 자체를 진리처럼 여기면서 주석을 달거나, 혹은 그 텍스트의 현재적 의미를 고민하지 않는 그런... 한국 교회에서 행해지는 대부분의 설교가 이에 해당한다.
7) 민족주의, 아니 국수주의 (唯我論)?)! 국가에 대해선 국수주의지만, 지역주의, 가족주의도 포함된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 그룹의 견해,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둘러싼 환경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견해.
내가 지향하는 태도...
1) 복잡성을 인정하기! 세상과 인생은 너무도 너무도 복잡하다. 그렇게 쉽게 한 두가지로 설명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예컨대, 이명박이 물러나고 대통령만 바뀌면 - 예컨대, 안철수, 문국현... - 세상이 좋아지나? 자본주의만 무너뜨리면, 자본가들만 몰아내면 새세상이 펼쳐지나? 예수만 믿으면 만사형통하나? Unsinn... 세상이 복잡하다는 걸 인정한다는 건 단순하고 명쾌한 설명을 믿지 않는다는 것. 만병통치약은 없다는 걸 인정한다는 것.
2) 다양성을 존중하기! 세상이 복잡함을 인정한다는 건, 곧 시원하고 명쾌하게 모든 것을 한큐에 설명하기 힘듦을 인정하는 것이고, 그건 곧 내가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고, 그러면 결국 다양한 가능성을 인정한다는 얘기다. 겸손하고, 다른 견해를 존중하고... 결국 유연한 태도.... 절대적인 무엇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3) 자율성! 권위 혹은 각종 이데올로기나 종교의 이름으로 가해지는 강압, 억지에 대한 저항. 개인의 판단, 입장, 견해를 존중!
4) 상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자율성을 존장하다고 해서 Anything goes!일 수는 없다. 상대주의를 극단으로 끌고 가서는 곤란. 다만... 악(惡)하거나 잘못되거나 옳지 않은 상태나 행동이라는 판단을 조심스럽게 내리기.
5) 공존, 연대! 자율성을 가진 개인들, 집단, 그리고 심지어 사회체계들 사이에서 힘과 자원 등의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럴 땐... 철저하게 약자, 약한 집단, 체계의 편에 설 것.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용인하는 그런 천박한 자유주의는 배척! (전경련, 대기업 따위들이 주장하는 그런 자유주의...)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