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화숙 (1997), 동아시아 근대화와 제문제"라는 논문 중에서..
그러나 그 가운데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정체성의 위기다. 서구 사회는 현재 심각한 개인적, 집단적 정체성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내가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 하는 실존의 문제다. 따라서 정체성의 위기란 서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개인주의의 원리가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증거다. 합리주의의 본고장에서 그것도 ‘나’ 를 중심으로 하는 개인주의가 공동체의 기본으로 인정되는 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위기가 발생했을까?
우리의 논의를 위해 중요한 사실은 소위 ‘유교적’ 근대 화론도 바로 이런 서구의 근대사회가 안고 있는 윤리적 위기와 직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신유가들이 ‘유교적’ 근대화론을 제기하는 목적은 동아시아의 경제 성장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데 있는 것만은 아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생각하면 좋을 구본준 기자가 전한 건축가 조민석, 조병수의 얘기...
"`한국성'이란 표현 그만하면 좋겠어요. 미국이나 독일에서 미국성 독일성 이런 이야기는 안하잖아요. 한국성은 이데올리기스러워서 싫어요. 지역성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좋겠어요. 한국에도 수많은 시대가 있는데 어느 시대가 한국성인가요? 우리는 유교의 한국, 농업국가 시대의 한국을 한국성이라고 너무 일반화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요?' -건축가 조민석.
"열심히 살면(건축을 하면) 그게 바로 정체성이고 그게 바로 전통이 아닌가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 진솔하게 하면 그게 이 시대의 전통이 아니겠는가 생각합니다. 시대성과 장소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생동감 넘치고 바뀌어가는 것입니다." -건축가 조병수
천화숙 교수의 얘기는... 새삼스럽게 유교와 기타 전통 운운하는 담론이 흥왕하는 이유는 근대성의 한 유형으로서 아시아적 근대성, 그 핵심적 특징인 아시아의 경제적 성장, 발전을 설명하기 위해서 뿐 아니라, 바로 근대서 자체가 변화, 진화해가는 과정 속에서 요구되는 탈근대적 특징들 - 집단적인 특성, 공동체성, 지역적 차이 - 등에 대한 이해, 설명 요구가 커지고 있는데, 아시아성, 한국성 논의는 그런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동원되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두 건축가가 하는 얘기는... 한국성, 아시아성은... 사실 늘 만들어지고, 변하는 것이다. 유교, 논어, 공자, 맹자가 한국성의 뿌리인가? 참 촌스러운 얘기다. 그동안 서구에게 당한 것들을 우리끼라도 성토함으로써 정신적 위로를 얻을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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