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쓰는 글들은 말 그대로 자판가는대로 쓰는 글들이다. 수필... 생각거리만 있으면 그것을 붙들고서 쭈욱 써 나가면 된다. 생각을 쭈욱 밀고 나가면 된다. 생각의 속도와 글의 속도가 대개 일치하는 편이고... 글의 질을 높이려면 나중에 한 두번 더 읽고서 교정해주면 된다. 내 생각의 수준이 딱 글의 수준이고, 그래서 내가 곧 글이라고 해도 좋다.
논문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니 그렇지 못하다. 생각의 속도와 글쓰는 속도가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 간극을 메울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 쭈욱 써내려가기도 힘들 뿐더러, 표현이나 단어도 낯설다. 뭔가 써놓은 것들도... 도무지 나 같지가 않다. 언어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국어, 영어, 독일어... 무엇으로 쓰더라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금까지... 논문형 글쓰기에 약한 것인지, 아니면 아직 뭘 써야 할 지 잘 몰라서 그런지... 내 얘기를 하지 못하기 때문인지... 이 모든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인지...
말로 풀어내는 건 좀 다른 것 같다. 그런 경우... 내 얘기를 하는 것 같다. 바로 그게 논문에 대한 내용일지라 하더라도... 특히, 루만, 한국 근대성 등... 내가 오랫동안 고민한 주제에 대해서는... 그런 느낌이 덜한 분야는... 안타깝게도 과학, 과학정책, 생명윤리 같은 주제들이다.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지만... 여전히 생경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남의 얘기를 하는 것 같다.
어쨌거나... 돌이킬 수는 없는 법. 하루 빨리 이 생경한 이야기를 정리해야 한다. 납득이 되지 않더라도... 대안이 없다. 대안이... 다른 길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