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1일 화요일

선동열 감독이 기아 타이거즈를 맡을 때 나도 적잖은 기대를 했었다. 정규 시즌이 끝나가는 지금... 실망이 크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과는 좀 다른 느낌인 것 같다. 성적이 좋았다면... 물론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컸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에 있을 땐 좋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팬들의 지지를 크게 받지 못했었는데... 그 이유를 이제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두 가지만 지적하면...
우선... 선수들 기를 죽이는 편이다. 강하게 키운다, 혹은 선수들과의 기싸움에서 이겨서 카리스마를 가지고 팀을 장악한다... 그런 긍정적인 효과가 없진 않겠지만... 적어도 지금 기아에선 팀 스피릿을 아주 이상하게 만들고 있다. 선수들과 친밀한 의사소통을 잘 못하거나 안하는 것 같고, 많은 경우 언론을 통해서 선수들을 질책한다.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카리스마를 얻고, 기사거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잃은 것이 있으니 그것은 선수들의 마음이다.
두번째로 번트를 지나치게 많이 댄다. 통계적으로 희생번트는 점수를 올릴 수 있는 확률을 높이지 못할 뿐더러, 그보다 더 나쁜 영향은... 선수들의 경기에 임하는 태도를 위축시킨다. 공격에서의 위축은 수비에서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신뢰관계도 형성되어 있지 않는 상태에서, 위축은 또 다른 위축을 낳고... 지금 그런 악순화 고리가 형성된 상태다.
모르짐직 리더는... 구성원들의 사기를 살려줘야 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카리스마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도대체 이 두가지를 어떻게 잘 조화시킬 것인가? 이는 거의 자유와 평등이 민주주의에서 균형잡힌 상태로 실현되기 어려운 것만큼 리더쉽에선 어려운 숙제다.
안타깝게도 선동열을 그리 매력적인 리더가 못되는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감독은... 인격(person)이 없는 조직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 그 평가의 대상이 되기 위해 필요한 인격인지도 모른다. 잘 되면 감독 탓, 못 되도 감독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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