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몸살기운이 있어서 하루 종일 힘들었다. 무엇보다 환경 변화 탓이 클 것이다. 건조하고 추운 날씨를 한 달만에 겪고 있으니... 또 마지막 며칠 무리하게 짠 일정을 '소화'했고, 또 귀국 후 긴장이 풀려서 그런 탓도 있을 듯.
2. 오늘 내가 아끼는 두 프로그램 무한도적과 K팝스타4를 이어서 봤다. 결과적으로 둘 다 실망이었다. 역시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는 법인가.
3. K팝스타4 오늘 편은 일단 노래 수준이 많이 떨어졌다. 최근 방송 중에선 여러 번 다시 듣고 싶은 노래들, 실제로 그렇게 들었던 노래들이 여럿 있었지만, 오늘은 전무! 어린 친구들 이야기가 주를 이뤄서 그런지..
4. 무한도전 "토토가" 역시 지난 회가 훨신 더 재미있었다. 오늘은 공연 장면이 대부분이었는데... 일단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노래가 많지 않았다. 사실 이런 공연 실황을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본다면 이미 그 감동치를 에누리해야 하지만... 텔레비전 방송의 힘은 편집에 있다. 그 편집이 개입할 여지가 줄어드니 재미도 감동도 반감되는 것이다. 공연 장면을 끊지 못하고 개입할 수 있는 드문 방법이 촬영 기술 그리고 자막. 김태호 피디는 이것을 최대한 활용해서 나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았다. 참 대단한 사람이다.
5. 노래들은 대부분 90년대 후반에 널리 불렸던 것 같다. 대부분 "댄스곡들". 그때는 그렇게 댄스 음악이 주류였나? 그무렵 태동했던 "아이돌" 음악이 그런 것인가? 아이돌은 최근 음악도 지배하고 있으니까... 댄스음악의 부흥은 90년대의 특징일까? 황금기? 신세대(어제 토토가, 그리고 아래에서 소개하는 글에서 x세대란 표현이 등장했다. 90년대 새로운 흐름 속의 연령대를 상징하는 표현은 '신세대'다.'x세대'가 아니라.)? 민주화 이후 세대? 아니 민주화에서 IMF사태 사이의 그 짧은 시기를 지배하던 정서? 아님 IMF이후엔 그런 우울함을 잊기 위해서 오히려 더 신사는 댄스음악에 더 집중했을까? 물론 무도는 그냥 한 시간여 추억에 잠기라고 콘텐츠를 제공해줬을 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의도에 맞게 컨덴츠를 소비한다. 누군가 따져봐야지. 소비 자체를 따져볼 수도 있다. 이렇게 90년대 추억이 소비된다는 것, 열렬한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 그 자체는 이 시대의 실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어떤 상황, 어떤 요소들이 90년대 추억에 열광하게 할까?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몇 년 전 소위 "세시봉" 가수들이 반짝 다시 조명될 때가 있지 않았던가? 과거에 대한 향수는 언제든지 호소력을 갖는다. 다만 "추억팔이"는 지속되긴 힘들다는 점!
5. 한국 가요 질적 최고치를 이룬 시기는 80년대와 90년대 초반이 아닌가 싶다. "토토가"가 보여줬듯이 90년대 후반이후는 댄스음악이 주류를 이루게 되니까. 신나는 노래이긴 하지만 음악적 질은... 글쎄... 적어도 토토가에서 들은 노래들은 대부분 촌스럽게 들린다. 포크음악에서 발라드, 포크락이 한국 가요의 정점 아닐까? 아무리 좋게 봐줘도 내게 댄스음악은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김건모의 어떤 노래들 정도가 들을만하다.
6. 아니나 다를까 이런 기사가 나왔다.
"3040세대, 아직 젊은데도 복고에 울컥하는 이유"(칼럼니스트 김교석)
"의문이 든다. 젊고 한창이라는 3040세대가 <가요무대> 시청자화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스로도 궁금하지 않는가? 과연 우리는 부모 세대에 비해 조로한 것일까? (...)
90년대는 도시든 시골이든 어디에서 살든 동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화적 평준화가 가능했다. 이렇게 문화적 풍요로움을 대대적으로 누리고 자란 이들이 오늘날 대중문화의 주요 생산자이자 주력 소비자이며 대중문화의 권력층이 된 것이다.그렇다보니 젊은이들이 노는 판에 기웃거리는 아저씨가 아니라 10대와 20대가 와서 놀 판을 깔아주는 '멋진 형'이 되었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무한도전>을 만든 김태호 PD나 tvN의 나영석 PD, 양현석, 박진영, 유희열 모두 이 세대다. 예능, 드라마, 영화계에선 이 세대의 인물들이 여전히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문화 권력을 가진 세대의 존재, 그리고 그들의 응집력이 실제로 찬란했던 90년대를 지금 다시금 빛을 내서 융성하게 추억할 수 있는 토양인 것이다."
지금 젊거나 어정쩡한 중년들을 위한 문화컨덴츠 '토토가' - 노년 세대의 '가요무대'와 비견할만한.... - 를 만들어내는 주역들이 바로 90년대의 "신세대"라는 것이다. 즉 문화컨텐츠 생산자에 주목하자는 얘기다. 무도로 치면 김태호 피디 뿐 아니라 멤버들 대부분이 거기에 해당한다. 무도 멤버들의 그 반응이 이해가 되기도...그 컨텐츠 생산자들과 동시대를 보냈지만 스스로 신세대라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고, 그 시기의 상당 기간을 군복무, 유학 등으로 보낸 나는 관찰자라는 지위에 더 어울리는 것이다.
7. "젊은이"들 불과 십수년 전 일을 추억하고 열광한다는 건 뭔가 자연스럽지 않다. 왜? 대개 추억은 인생의 황혼기에서 전성기, 황금기를 바라보는 시선을 가리키지 않는가? 젊은이들이 왜 십수년 전을 황금기로 기억하는가? 그건 지금이 그때 보다 못하기 때문이고 앞으로 나아질 것 같다는 전망을 갖지 못하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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