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1일 수요일

스스로 판단하기엔 난 좀 무던하거나 무난한 편이다. 어떤 사람들에겐 심지어 무색무취, 혹은 우유부단한 편으로 비쳐질 것이다. 여하튼 감정기복이 심한 편은 아니다. 늘 그랬던 건 아니다. 고민이 많고, 좀 쉽게 우울해지는 성향이 있었는데 그런 시기를 넘기고 나선 무난한 편이었던 것 같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아서 상대방에게 답답함을 주기도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그늘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리'하지 않고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을 좋아한다.

헌신적으로 자신을 희생하면서 아낌없이 주는 경우엔... 의심하게 된다. 성인군자가 아니고서야 무엇인가를 베풀 때는 기대하는 바가 생기기 마련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 상대방이 나를 서운하게 했다면 그 원인은 대개 자신에서 찾아야 한다. 쉽게 얘기해서 서운하다는 건 본전 생각이 난다는 말의 그럴듯한 표현이다. 과장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주는 경우... 크게 서운해 할 일도 없다. 물론 그런 태도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사람살면서 이런 저런 감정을 화끈하게 드러내는 것도 필요한 일이니까... 뭐. 그늘이라고 봐도 좋겠다. 그 정도 그늘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사람들은 자기 보고 싶은대로 본다. 그 간극이 어찌나 큰지... 라쇼몽...팩트는 하나인가? 노우! 네버! 같은 자리에서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도 나중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사람들 간에 팩트의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우리는 스스로도 다른 팩트를 만들어 낸다. 우리의 기억은 여러 개다. 내가 홍상수 감독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다. 다른 기억을 실감나게 그려낸다. 사실 그게 진실에 가깝다. 하지만 진실은 그처럼 예외적인 경우, 예외적 인물에 의해서 알려질 뿐...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은 마치 객관적인 팩트가 있는양, 그것을 믿는 척하면서, 그런 전제 위에서 이뤄진다. 객관성은 허위의식에 의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

객관적 진리, 팩트를 의심하는 순간, 그런 믿음을 버리는 순간 우리가 얻는 것은 자유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다! 객관적 진리가 없다는 진리, 그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Objectivity can be supported only by the help of false consciousness(Falsches Bewußtsein) that obejctivity is possible. The truth shall make you free? No!  The truth that there is no such truth shall make you free.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