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21일 화요일

1. 아침에 컴퓨터 화면을 보는데 작은 글씨들이 잘 안보이는 것 아닌가. 착잡해졌다. 그런데 두어시간 지난 지금 확연히 좋아졌다. 아침이라서 그랬나? 마음도 조금 더 밝아졌다. 안과에 한 번 가보려고는 하는데... 그래봐야 성큼 문 앞에 다가온 노안을 돌려보내긴 힘들텐데...

2. "아빠는 로아랑 안 놀아줘." 딸이 그런 이야기를 했나보다. 오늘 오전에. 사랑은 결국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물론 어릴수록 더 그럴테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그 원리라면 원리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더 많은 시간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 마음이 다시 착잡해진다.

3. 페북에 올라오는 글들 보느라 시간을 많이 뺏기지만, 얻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냥 스스로 위로하고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페북 때문에 알게 된 이야기, 지식들이 무척 많다. 오늘은 이 시를 알게 되었다. JTBC "학교다녀오겠습니다"란 프로그램이 있나 본데 거기에서 소개된... 먹먹해진다.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바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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