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 관찰되는 60년대 말 이후 윤리, 특히 응용윤리의 부흥은 새로운 규범을 찾는 과정의 시작으로 이해한다. 그 이전엔? 도덕적, 규범적으로 꽤 안정되어있다는 이야기다. (도덕과 규범의 차이는 무엇일까? 규범이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인데....). 도덕이 없다, 중요하지 않다가 아니라 도덕이 안정되어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보면 규범적 질서와 관련해서 근, 현대사회를 탈도덕화라고 이야기하기가 뭣하다. 사실 근대사회를 도덕적 통합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보는 학자들이 적잖은데 - 특히, 체계이론 - 그건 명시적으로 그렇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근대적 규범, 가치에 대한 합의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 아닌가? 여하튼 60년대 말 이후 부상하는 응용윤리는 그런 기본적인 도덕적 합의만 가지고 다룰 수 없을 정도로 문제와 갈등양상이 복잡해지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고. 기존 규범, 가치의 연속선상에서 이해해야 한다. 물론 이전보다 "차이"를 더 강조하게 된 것은 분명하다. 그 이전엔 폭넓은 합의를 기초로 삼았다면. 하지만 이 둘의 관계에서는 연속성이 더 중요하다. 그것 없이는 새로운 윤리들이 제대로 기능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민주화 이전의 규범적, 도덕적 통합은 거시적 차원에서 국가주의, 제도적 민주주의 같은 것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미시적 차원에서는 유교적, 위계적, 집단적... 매우 합의 지향적이다. 자유, 개인... 이런 문화는 없다. 그나마 거시적 차원의 가치들이 지배적일 때는 이런 미시적 가치들이 덜 부각되었는데... 거시적 가치 지향이 해소되면서 오히려 미시적 가치들이 더 두드러져 보이게 되었다. 어디에서도 근대적 가치는 - 유럽에 그 기원을 두지만 인류의 성취라도 볼 수 있는, 긍정적 요소가 많은 -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응용윤리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생명윤리. 그 핵심은 사실 자율성인데, 그런 토양 없이 구조적, 제도적 필요에 따라 그런 내용을 가진 윤리들이 들어오고 제도화된다. 그러니 그것들은 껍데기만 남는 것이다. 문화적 토양이 다른데 껍데기만 수렴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적 따라잡기는 가능할 것인가? 근대적 가치에 기반한 응용윤리들이 확산되면서 전체적인 문화적, 가치적 토양이 바뀔까? 그렇게 긍정적으로 작용할까?
구조와 문화의 차이. 문화지체! 그것인가? 따라잡을 것인가? 아니면 근대적 구조는 이러한 단순한 수렴, 따라잡기를 오히려 방해하고 있는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정말 궁금하다.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것도 알고 싶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내 내면의 목소리를 청종하자면... 유럽에 기원을 둔 근대의 사회구조와 문화를 놓고 볼 때... 근대적 사회구조는 덜 매력적이지만 근대적 문화만큼은 인류의 성취로 봐야 할 것 같다. 자유, 평화, 연대, 개인, 자율성, 차이 같은 가치들...
지향하고 싶은... 그것과 반대되는 통합, 위계, 하나됨 등등은 진부하고 때로는 역겹다. 그러니 어디로 가야 하는가는 분명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응용윤리, 그 제도화가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가? 규범적 문화가 바뀌고 있다면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응용윤리는 거기에 해당할까?
근대사회에서 규범적 질서를 유지하는 핵심은 "법"에 있다. 하지만 "법"만으로 규범적 안정을 보장할 수 없다. 다른 규범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만능주의, 소송 과잉 현상을 보게되는 것이다. 법과 법 이외 다른 규범들이 조화롭게 작동해야 한다. 생명윤리 같은 응용윤리에 대해서도 그 내용을 따져보면 다양한 규범이 동시에 작동한다 (넓은 의미의 "윤리"). 법으로 형태로, 각종 지침, 제도, 조직으로 그리고 개인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규범의 다양한 형태들 간에 공통점, 수렴 등이 있어야...
"규범"이란? 존재(sein)나 필연(Müssen)의 법칙인 自然의 法則과는 다른 인간의 사화생활에 관한 當爲로서의 規範(Sollensnorm): 법, 종교, 도덕, 관습, 예절 따위 등. 공식 규범, 비공식 규범...
규범 간의 조화는 필요한데... 어떤 기준으로 규범을 구분하고 그것들 간의 조화를 이야기할 것인가? 전통적인 방식은 강제성 여부 등을 기준으로
- 법 vs. 도덕, 관습.
- 공식적 vs. 비공식적 규범.
- 항의 규범 - 제도적 규범 (공식 규범?) (Krohn)
- 체계에 따른 규범. (체계 내적 규범의 구속력이 약하니까 법에 의존하는 경향이 생긴다는 의미에서... 체계 내적 규범적 통합은 다양한 규범을 이용해서 이루어진다. 법, 도덕, 관습, 신뢰 등등). 이런 경우 구조적 연결이알고 할만하다. 체계는 규범적 통합을 위해서 법과 구조적으로 연결된다. 윤리와도 연결되고... 체계 간 지향하는 규범이 다를 경우에 갈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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